[ET칼럼]인터넷과 만난 문학

◆편집위원 고은미 emko@etnews.co.kr

 ‘귀여니’라는 10대 작가가 있다. 귀여니는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한 고등학교 여학생의 필명이다. 귀여니는 인터넷식 조어로 ‘귀여운 이’의 준말이며 동생에게 온 메일 아이디를 차용했다고 하니 사이버 소설가의 필명으로는 어울린다. 귀여니가 인터넷에 올린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는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인기 속에 지난 3월 책으로도 나왔다. 초판 인쇄 후 거의 10만권이 팔려 나갔다니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작가의 홈페이지도 회원수가 30만명을 넘었고 ‘귀사모’라는 귀여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

 그러나 귀여니의 소설을 어른들은 읽기 힘들다. 기성세대들이 걱정하는 문법파괴 문장, 채팅에서 쓰는 이모티콘이라는 감정표현 기호들, 통신용 구어가 거침없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본인도 자신의 작품을 그냥 소설이라고 할 순 없고 ‘인터넷’이라는 수식어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인터넷 소설이 종이로 인쇄돼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퇴마록’도 있고 ‘드래곤 라자’도 있다. 두 작품은 영화와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인터넷 상에서 글쓰기를 하는 사이버 작가도 귀여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활동하는 작가가 많다. 인터넷은 보편적 글쓰기를 가능하게 했다. 이제는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네티즌들을 상대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사이버 세대들이 그들의 문법으로 쓰고 읽는 소설에 기성세대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설이 경박해지고 문장이 짧아지며 정통문학에서 멀어진다는 걱정과 별개로 인터넷 세대들의 문학코드는 명징하다. 온라인 작가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글쓰기의 특성을 잘 간파하고 있다. 인터넷 소설은 대화 위주의 쉬운 문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버 문학의 흐름을 문단에서도 받아들이고 문학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인터넷문학 활성화 지원사업위원회’는 인터넷이 문학에 끼친 각종 영향을 평가하고, 향후 문학과 인터넷이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궁극적으로 문학의 저변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터넷상의 문학활동이 점점 활성화되리라는 진단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터넷 문학이 내실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혹은 극복해야 할 역기능들은 없는지 검증할 필요도 있다.

 ‘문학이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혹은 ‘인터넷은 문학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는 문화적 관점이다. 인터넷 문학은 우리의 사유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인기 사이버 작가의 나이가 10대라는 것은 기성세대가 알 수 없는 인터넷으로 생활하고 사고하는 또다른 세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공간은 이미 현실을 유통시키는 구조 이상이다. 사유의 방식, 질서가 생겨나는 방식, 문제처리 방식, 욕망을 나타내는 표현 등 인터넷에서는 이 모든 것이 현실세계와 다르게 존재한다. 이제 인터넷은 하나의 매체를 넘어 그 자체로 고유한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학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술과 비즈니스로 접근하던 인터넷이 이제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기술과 비즈니스를 넘어선 인터넷이 우리 문화에 얼마나 빨리 흡수됐는지, 인터넷을 생활로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회현상의 논의가 필요하다. 인터넷은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고방식에 있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제까지 중시하지 않았던 측면에 주의하지 않으면 자신이 겪는 정서적 체험의 의미를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전통문학과 디지털 문학의 결합은 축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