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을 인수한 데이콤이 초고속인터넷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두루넷과 온세통신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법정관리로 난관 탈출을 꾀하는 두루넷과 온세통신은 출혈경쟁이 되살아나면 ‘회생’이라는 대전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콤, 소매사업 본격화=데이콤은 최근 기업설명회를 갖고 초고속인터넷 가정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운서 데이콤 회장은 “올해 가정시장 진입 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해 14만5000명 정도인 가입자를 올해 말에는 40만명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데이콤은 파워콤의 광동축혼합망(HFC)을 활용해 인터넷전화(VoIP) 등을 결합해 2만원 안팎의 저렴한 상품으로 가입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현재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5월께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루넷, 온세통신의 고민=두루넷과 온세통신의 1차적인 고민은 가입자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온세통신 관계자는 “아직 데이콤의 영업으로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두루넷 측도 데이콤이 과당경쟁을 촉발할 경우 자신들도 ‘퍼붓기식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가입자가 늘지 않을 경우 회사 정상화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루넷과 온세통신 측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데이콤의 공격적인 영업이 결국 두루넷과 온세통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돼 매각작업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데이콤이 현재의 자금 상태로 두루넷 등을 쉽게 인수하기는 곤란한 상황인 것으로 안다”며 “결국 공격적인 영업으로 가입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전략을 채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계속 수수방관=통신시장 관계자들은 두루넷과 온세통신이 결국 KT 또는 데이콤에 의해 합병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루넷 등의 관계자들은 데이콤이 인수를 하고 싶으면 과당경쟁을 유발해 시장의 어려움을 초래하기보다 합당한 가격으로 매각협상에 나와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하위 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데이콤의 인수가 어렵다면 비록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통신시장 전체 구조조정 차원에서 KT 등으로 인수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콤이 과도경쟁을 유발하지 않으면 KT가 비싼 가격에 인수할 수 있도록 회생가치를 높일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정보통신부는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3강 정책은 유지하겠지만 통신서비스도 시장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애매한 입장만을 보였다.
한 통신회사 고위 임원은 “정통부의 통신시장 정책이 명확하지 않아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데이콤과 하위 사업자간 긴장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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