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난야테크놀로지의 주도 아래 대만의 4개 D램업체가 공동으로 대만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하이닉스의 D램 수입품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해줄 것을 요청키로 결의했다는 대만 경제일보의 보도를 접한 하이닉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닉스의 반응=통상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대만 현지법인과 정부를 통해 긴급히 상황을 파악하고 나섰다. 하이닉스 통상팀 관계자는 “정식 통보가 오지 않았으나 대만 업체들이 이 같은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해 사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만 정부가 현지 유통업체나 주기판업체 등 현지 산업과 시장을 고려할 때 요청이 있더라도 상계관세를 부과할지는 의문”이라며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대만 D램업체 왜 나서나=일단 업계에서는 난야와 손잡고 있는 인피니온이 모종의 조건으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난야와 인피니온은 합작공장을 운영, 상호기술 및 지분 제휴를 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하이닉스가 미국과 EU의 상계관세에 대응해 D램 공급물량을 대만 등 아시아 지역으로 늘리겠다고 한 것이 D램업체들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현재 하이닉스는 총생산의 10% 정도를 대만에 수출하고 있으나 미국과 EU 지역의 주요 고객사인 PC제조업체들이 대만 주기판 협력업체 등에 D램을 공급해줄 것을 원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만에 들어가는 물량은 공식 수출량보다 많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가 상계관세 제소를 하게 되면 이 같은 직간접적인 수출물량에 대해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현지 D램업체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파와 전망=그러나 대만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미국과 EU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쌓은 우리 정부의 협상력도 만만치 않은 데다 대만 정부가 하이닉스와 거래 관계에 있는 주기판업체, 모듈업체 등 여러 산업 주체들을 생각할 때 쉽사리 판단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와 우리 정부가 협력해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방법밖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