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신약개발 모델인 바이오벤처기업과 제약기업간 협력체제가 최근 결실을 보고 있어 국내 바이오산업계가 한 단계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동아제약과 SK케미칼·녹십자 등 제약기업은 바이오벤처기업이 연구한 신약 후보물질 및 치료물질을 바탕으로 임상실험이나 제품화에 나섰다. 침체 일로에 있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이런 사례가 향후 국내 제약회사에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력모델은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없는 바이오벤처기업에 제품화의 부담을 덜어주고 연구에 치중할 수 있게 해준다. 제약기업은 바이오벤처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필요한 신약기술을 아웃소싱할 수 있어 신약 상품화를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기업은 그동안 해외 제약사의 카피 의약품 제조에 급급해 신약을 개발하지 않았고 벤처기업은 영세해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바이오벤처기업 크레아젠과 항암세포치료제 공동개발에 착수, 다음달부터 임상실험을 시작한다. 연구개발과제에 드는 동물실험과 임상실험 비용을 댄 동아제약은 상품화를 통해 거두는 수익을 벤처기업과 나눠 갖게 된다. 이 제품은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항암백신으로 첨단 생명공학기술로 만들어졌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국내의 세포나 유전자치료제 분야 벤처들은 선진국에 가까운 실력이 있다”며 “이들의 기술을 활용해 첨단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지난 98년부터 인투젠과 공동으로 발기부전치료 신약개발에 착수해 최근 전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양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부터 영국에서 1상 임상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녹십자PBM는 피부의약 전문바이오벤처기업인 바이오스펙트럼과의 기술제휴로 아토피성 피부용 화장품 ‘탈스’를 제품화했다. 바이오스펙트럼은 가려움증과 염증 억제에 효과가 있는 23종의 식물성 천연물질을 피부흡수력이 뛰어난 나노 입자 크기로 잘라 캡슐화했다. 녹십자는 이 기술을 이용한 아토피 화장품을 출시하고 유통과 마케팅을 맡고 있다.
미국 바이오제약 컨설팅전문업체인 넥스젠텍의 박종언 변호사는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제약기업들은 바이오벤처기업의 연구력을 이용해 신약 상품화를 앞당겨야 한다”며 “천연물 신약 등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