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새 IT서비스 패러다임

◆김중규 현대정보기술 솔루션기술본부장 jgkim@hit.co.kr

 

 80년대 시작된 미국의 경기불황이 90년대 들어 회복되면서 그 요인으로 지목된 것 중 IT분야 종사자로서 상당히 의미있게 들린 것은 불황 중에도 미국 정부와 각 기업들이 정보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인 투자로 미국경제의 잠재력과 인프라가 건실해졌다는 것이다. 또 이것이 IT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 회복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도 기업의 전산투자가 본격화돼 정보시스템이 기업경영의 핵심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미국경제가 다시 위축되고 우리나라는 IMF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은 IT투자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됐다. 종전처럼 ‘경쟁력 강화’라는 말로는 더이상 기업의 투자의지를 이끌어낼 수 없게 됐으며 기업의 경영자는 IS조직과 ESP(External Service Provider)에 대해 ROI(Return Of Investment)와 VOI(Value Of Investment) 제시를 요구했다. 나아가 TCO(Total Cost of Ownership)도 명확히 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경기불황과 경쟁 심화 환경 하에서의 경영자의 최대 관심사가 종전의 ‘경쟁력 강화와 기업 확대’에서 ‘수익구조 강화를 통한 기업 내실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IT기업에 고객에 대한 IT서비스 전략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IT기업은 ‘정보시스템 구축 = 경쟁력 강화’라는 추상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미신을 버리고 고객의 원가절감과 경영 프로세스 효율화에 가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 프레임워크를 구축,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선 IT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기업모델을 설정한 후 각 서비스를 이 모델과의 일관성을 유지해 재정의하고 라인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가트너그룹에서 제시하고 있는 RTE(Real-Time Enterprise)는 상당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모델은 원가 절감과 프로세스 효율화의 핵심 요인을 정보의 실시간성과 프로세스의 지연 방지로 보고 RTE를 ‘Real-time 정보를 기초로 핵심 프로세스의 지체현상을 지속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경영체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특정한 솔루션이나 전략을 의미하기보다는 솔루션과 전략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기업의 역량이나 경영특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ERP·DW·CRM·SCM·CMS 등 현재의 솔루션과는 다른 별개의 솔루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IT기업이 제공하는 각 서비스를 리얼타임 엔터프라이즈라는 모델과의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정의하고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IT서비스 패러다임으로 어떠한 모델이 제시되든 고객에 대해 IT투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특히 원가절감과 핵심 프로세스의 효율화가 가장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기업 내외 프로세스간 실시간적 연동(interoperability)이나는 통합(collaboration)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단순 개발보다는 표준화와 확장성이라는 강점을 지닌 패키지 내지 컴포넌트 형태의 솔루션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세계적인 경기불황과 국내 경기 위축으로 기업의 IT투자가 감소되고 있으나 향후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막연한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 하에 정보시스템 구축에 과감히 투자하는 일은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IT기업은 정보시스템 구축의 수요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ESP(External Service Provider)에 구체적인 ROI·VOI·TCO의 제시를 요구하고 이에 기초한 정보시스템 구축 손익계산서를 요구하는 ‘스마트 커스터머’를 만나야 한다. 또한 고객에게 정보시스템 구축의 타당성을 ‘적당히’ 설명하는 행동은 외면받게 될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이상적인 경영프로세스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수익성과 프로세스 효율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서비스 전략과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경기불황 시대를 극복하고 그 이후를 대비하는 IT기업의 특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