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브랜드 수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제조기술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제품의 실체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는 등 브랜드 이미지가 경쟁력의 척도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리딩컴퍼니들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유브랜드 개발과 자체 판매망 확보가 제품의 차별화는 물론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출패턴에 여전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가 수출한 총 1만1355건 가운데 고유브랜드 수출은 4568건(40.2%)에 불과하고 무려 59.8%(6787건)가 노브랜드 수출이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우리경제가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걱정이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수가 아니라 수출액(949억달러)으로 따질 경우 고유브랜드(650억달러, 68.5%)가 노브랜드(299억달러, 31.5%)보다 많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의 수출건수 및 금액이 노브랜드보다는 고유 브랜드가 훨씬 많다는 것도 안심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의 경우 540건 중 63.7%, 689억달러 가운데 77.2%가 고유브랜드인 반면 중소기업은 1만815건 중 39.1%, 260억달러 가운데 45.3%포인트만이 고유브랜드 수출이라고 한다.
잘 알다시피 OEM 중심의 전통적 수출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국제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외국 바이어가 쥐고 있어 안정적인 생산체제 구축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개발에도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건비 상승과 후발 개도국의 추격으로 인해 국제 하청식 계약생산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유브랜드 수출전략을 강화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규모가 협소한 나라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타국과의 무역을 통해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69%)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일등상품 개발을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아울러 연구개발 성과가 사장되지 않도록 기술거래소제도를 활성화하고 정보통신 융합제품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연구개발 체제를 강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세계 일류품질 및 기술을 보유한 부품소재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핵심부품 및 소재관련 기술기반을 구축하는 등 부품산업의 초일류화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과제다.
21세기 디지털시대에는 소수의 일류기업만이 살아남게 된다. 우리가 브랜드 없는 껍데기 수출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OEM수출로는 수출 한국의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드 수출이 OEM수출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