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메모리 `합종연횡` 가속

 세계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반도체 업체의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됐다.

 24일 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업계 3위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낸드(NAND)형 플래시메모리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플래시메모리 시장 4위, 5위인 AMD와 후지쯔가 오는 9월에 통합회사(FASL)를 출범키로 합의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반도체 시장의 불황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 유망분야로 급부상한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살아남기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최근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찍으면 찍을수록 손해’일 정도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어 업체엔 합종연횡을 통한 세 불리기만이 살아남는 수단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플래시메모리 시장은 ‘낸드형 폭발적 성장, 노어형 침체’로 대변된다. 특히 노어형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경우 1위 인텔에서 5위 샤프까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체 시장도 전년 대비 15% 감소한 58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낸드형은 1위 삼성이 180% 성장하는 등 시장 전체가 72% 늘어난 23억6400만달러로 급팽창했다. 표참조

 지난해 전체 플래시메모리 시장 순위에서도 노어형이 강한 업체들의 순위가 전년에 비해 큰 하락세를 보인 반면 낸드형 기업들은 급부상했다. AMD는 2위에서 4위, 후지쯔는 3위에서 5위로, ST마이크로는 4위에서 6위로 추락한 반면 삼성은 8위에서 2위로, 도시바는 5위에서 3위로 급부상했다.

 따라서 AMD·후지쯔·ST마이크로 등은 더이상의 추락은 아예 시장에서 퇴출을 의미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합종연횡을 통한 전력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향후 몇 년 내 주요 메이저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여 세 불리기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ST마이크로와 하이닉스의 낸드형 분야 제휴를 비롯해 AMD와 후지쯔의 플래시 분야 통합은 이런 큰 흐름을 반영하는 잇단 신호탄이다. 따라서 6위 이하인 일본의 샤프(7위), 미쓰비시(9위), 히타치(10위) 등도 이같은 움직임을 눈을 떼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인텔·삼성·도시바 등이 새 3강 체제 고착을 노리고 있어 하위 업체들은 메이저 반열에 올라서지 못하면 퇴출될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일단 AMD와 후지쯔는 통합을 통해 규모를 다시 2위로 올려놔 한숨 놓은 상태다. 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 내세울 만한 카드가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하이닉스와 ST마이크로의 제휴는 하위 업체들간 힘 모으기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