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세계시장 주인공 되자

◆조병규 그리곤엔터테인먼트 사장 master@grigon.co.kr

 

 요즘 마니아성 게임만을 주력으로 개발해 온 국내 PC게임 개발사들이 속속 온라인게임 개발로 사업방향을 선회하고 있고 또한 신생 게임개발사들도 애초부터 수익이 된다는 온라인게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는 편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아케이드게임과 PC게임은 침체의 늪으로 접어들었다는 얘긴데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수준의 해외 대작 게임들이 몰려오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유저들의 눈높이도 한층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해외 대작 게임들과의 경쟁에서 그야말로 생존을 목표로 그에 못지않은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한된 자본과 시간으로 세계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게임을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그동안 PC게임 시장과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특정 장르에 대한 개발과 투자로 국한돼 있었고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PC게임 시장은 한때 RPG 일색일 때가 있었고 또 한때는 시뮬레이션 일색일 때가 있었다. 아케이드게임 같은 경우에도 한때 펌프, DDR로 그 유행을 따라갔다. 돈이 되는 곳에만 집중적으로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시장의 유행, 트렌드에 따른 베끼기식의 개발이었기 때문에 국산 PC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은 해외 대작들에 비해 늘 게임성이 뒤떨어진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작품성이 떨어진 국산 게임들은 늘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렇듯 위축되어만 가는 국산 게임시장에 대규모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대작게임 개발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면서 게임시장의 투자와 개발은 점점 멀게만 느껴졌고 침체를 더욱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콘솔게임을 보자.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걸음마 단계의 환경이고 국내 개발사들의 개발경력 또한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PC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온라인게임은 어떠한가. 현재 온라인게임 또한 MMORPG라는 장르에 편중돼 있다. 하지만 MMORPG에 대한 집중투자는 기존의 PC게임 혹은 아케이드게임과는 달리 시장형성을 위한 자본논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온라인게임의 핵심인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술은 우리가 이미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온라인게임도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수백개가 넘는 온라인게임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중이거나 서비스중이다. 2∼3년 사이 한국 게임시장의 온라인게임 홍수시대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치열한 경쟁은 국내 게임개발사들로 하여금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게 하고 그 게임들이 수준 높은 게임성을 보여주도록 하고 있고 또한 해외 대작에 대한 베끼기 수순이 아닌 순수 국내 개발력으로 늘 다양한 게임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온라인게임을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게 될 것이고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장르로 그 뿌리를 내릴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첫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것이지, 시작만 하면 반은 성공한 셈이라는 뜻이다. 국산 게임들이 과거에는 해외 대작 게임들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엑스트라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세계 게임시장에서 주연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이미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그 힘찬 첫걸음을 뗀 것이다.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이 첫걸음을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다른 플랫폼의 게임시장을 건져낼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하며, 급변하고 있는 시장환경에서의 유연한 적응을 통한 끝나지 않는 행보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