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제3세계-`정보화 대국` 에스토니아

지난 91년 옛 소련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을 찾는 관광객들이 뜻밖의 풍경을 보고 놀라는 것이 있다. 바로 돈을 바꾸기 위해 찾은 호텔 근처 은행에서 ‘지점 폐쇄(branch closed)’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호텔로 돌아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최근 탈린과 발가·타르투 등 전국 주요 도시 주민들은 인터넷에 개설된 ‘온라인’ 은행에서 각종 금융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그동안 목 좋은 곳을 독차지하던 ‘오프라인’ 은행(지점)들이 속속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가이드가 총인구 140여만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에서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무려 70만명에 달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이면 관광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북부 유럽에서도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핀란드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초미니 국가 에스토니아는 컴퓨터와 인터넷·휴대폰 등 정보기술(IT) 활용도를 분석한 정보화 지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는 통계자료는 많다. 흔히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전세계 주요 82개국을 대상으로 인터넷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에스토니아는 당당히 종합 8위를 차지했다. 특히 인터넷에서 금융 및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온라인 금융 및 전자정부 구축, 서비스 활용 분야에서는 에스토니아가 각각 2위와 3위에 랭크됐다.

 WEF 보고서는 ‘에스토니아는 불과 5, 6년 전만 하더라도 온라인 계좌가 전무했을 정도로 IT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정보화의 사각지대였다’며 ‘이처럼 단시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를 건설한 에스토니아는 제3세계 국가들 중에 IT를 도입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최근 에스토니아는 ‘정보화 1등 국가’의 위력을 곳곳에서 실감하고 있다. 특히 에스토니아 정부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 마련된 ‘오늘은 의사결정하는 날’이라는 난을 클릭하면 최근 입법고시된 법률(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광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에스토니아에서는 최근 인터넷에서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활동은 물론 행정부 장차관 등이 참석하는 간부회의에까지 영상회의를 도입함으로써 예산을 절감하고 서비스의 질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스토니아 국무총리의 최고기술자문관인 텟스 버트만은 “예전에는 국무회의를 하는 데 하루 평균 4∼6시간이 필요했는데 최근 영상회의를 도입한 결과 국무회의가 1∼2시간으로 짧아졌다”고 밝혔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