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할리우드, "해적판 영화와 전쟁중"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영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화사들은 영화관에서 야간투시경으로 감시하고 영사실 외부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해 영화 불법복제를 막고 있지만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떠도는 해적판의 녹화판매 행위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해적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지갑속에 들어갈 정도의 소형 캠코더나 만년필 크기의 디지털 캠코더를 사용하는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폭스의 영업담당 부사장 제프리 가드식은 “어떤 휴대형 컴퓨터는 무려 122분짜리 영화를 담을 수 있는 주변기기를 가진 것도 있다”며 “그 정도면 영화 전편을 담을 수 있는데 이걸 넥타이나 셔츠에 넣고 작은 구멍을 낸 후 구동하면 끝”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해적판 행위는 보기보다 큰 돈이 걸려있는 사업이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갖가지 해적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영화업계 피해액이 연간 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영화사들도 이에 따라 독자적인 하이테크 해법으로 맞서고 있다.

 DVD 암호화 시스템을 개발한 시네아와 기술분석 업체인 사노프는 영화 스크린에 비치는 빛을 변조해 이를 찍었을 때 흔들림이나 기타 표시가 등장하면서 영상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물론 이런 치명적인 현상은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다.

 기존 35㎜ 필름이 아니라 컴퓨터 디스크에 저장된 영화를 보여주는 디지털 프로젝터용으로는 ‘범죄수사용 워터마크’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영화관 중에서 이런 디지털 프로젝터를 보유한 곳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모든 영화관이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연구기관인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 산하 차세대 기술프로그램(ATP)이 이 연구개발 사업에 2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이 기술은 사람의 눈과 캠코더가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본다는 사실에 착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화면은 어떤 이미지를 늘 재생해야 하고 따라서 영상에 막대기 형태의 잔상이 오르락거리게 된다. 캠코더는 이것을 잡아내지만 사람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 기술 개발진들은 화면의 흔들림을 너무 빠르게 하면 어떤 사람들은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은 영상 전체에 예를 들어 ‘복사’라는 단어를 쓸 때 이 흔들림 기술을 쓰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시네아의 로버트 슈만 최고경영자(CEO)는 “문자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지 않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정지된 영상일 경우에도 해적행위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야간투시경과 금속탐지기 등과 함께 해적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영화업계의 주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해적행위는 내부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영화관 영사기사에게 뇌물을 주고 영사실에 삼각대를 설치해 놓고 해적판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업계로서는 영화가 내수시장에 개봉되기 전에 이 해적판들이 시장에 돌아다니는 것을 막는 길이 최선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화업계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약탈자들에 의해 위협받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갈수록 더 정교한 대응수단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해적행위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많은 만큼 영화 불법복제 보안장치를 뚫으려는 시도도 지속될 전망이다.

<김사헌기자 shkim@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