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업계에 소니 쇼크

 일본 IT업계가 ‘소니 쇼크’에 휩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IT의 자존심 소니가 지난 2002회계연도(2002년 4월∼2003년 3월)에 당초 세후 순이익이 2000억엔(약 2조엔)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전망치보다 900억엔 감소한 1155억엔을 기록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특히 4분기(올해 1∼3월)에는 영업손실만 1165억엔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24일 오후 소니의 실적 발표 직후 런던증권거래소의 SEAQ인터내셔널에서 소니 주가는 같은날 도쿄증시 종가에 비해 375엔 떨어진 3345엔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소니의 미국예탁증권(ADR) 가격이 15%나 떨어졌다.

 소니는 24일 일본 애널리스트 대상의 결산발표회에서 순이익 규모가 900억엔이나 줄어든 데 대해 “매출이 예상외로 부진했고 재고 처리비도 많이 들었다”며 사전 조정을 못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소니는 지난 2001회계연도에서 일본 주요 7대 전자메이커가 2000억∼4000억엔대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때도 흑자를 내며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 1월에는 2002회계연도에서 2000억엔이 넘는 순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일본 경제 V자 회복론’에 힘을 더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일본 IT업계에 이번 발표는 충격적이다. 소니 실적을 보면 게임과 영화 부문에서 각각 영업이익 1127억엔, 590억엔을 기록, 흑자를 견인했다. 이는 게임이나 영화를 갖지 못한 다른 전자메이커들의 경쟁력이 더 낮을 것이란 분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미 마쓰시타·미쓰비시전기·산요전기·NEC 등 주요 전자메이커들의 실적 하향 조정 및 2002회계연도 적자 결산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부상하기 시작한 일본 전자메이커 위기론에 ‘소니 쇼크’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니혼코교신문은 이데이 소니 회장 겸 CEO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올해부터 3년간 총 1조3000억엔(약 1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를 개발하고, 정보가전을 포함하는 네트워크 비즈니스 주도를 위한 노력에 향후 3년간 1조3000억엔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