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들이 ‘우리식구 챙기기’에 나섰다.
통신사업자들은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공사·유지보수는 물론 장비공급 분야의 협력업체들을 추려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협력업체들도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간택’되지 못한 업체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어 불만이 크다. 통신사업자가 ‘협력업체 줄세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현황=파워콤과 데이콤은 최근 영업·공사·개통·유지보수·고객관리 등을 일괄 수행하는 협력업체를 모집했다. 지사별로 3∼7개씩 107개 업체를 뽑아놓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협상을 벌여 조만간 계약할 예정이다. 파워콤은 처음이지만 지금까지 영업부문 350여개, 공사부문 200여개, 유지보수 200여개 등 부문별로 협력사를 꾸려온 데이콤은 수많은 협력사를 떨궈내게 된다. 파워콤과 데이콤은 장비부문에 도입한 벤치마킹테스트(BMT) 적격업체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지난해말 공사부문에서 950여개의 협력업체를 선정, 이들에만 공사물량을 주기로 한 KT는 오는 8월께부터 장비와 네트워크통합(NI) 부문에서도 BMT 적격업체 제도를 시행한다. 경영평가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업체들을 추려놓고 이들에만 BMT나 입찰에 참여시킨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SK건설이 협력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맡긴다. SK건설은 재무상태·회사규모·기술 등을 평가해 협력업체를 추려낸다. 하나로통신도 98년부터 협력업체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점=통신사업자들은 협력업체를 선정해 놓는 게 사안에 따라 공개입찰하는 방식보다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나 장비의 품질보장도 기대했다. 업체군을 만들어 놓고 주기적으로 수행평가를 통해 퇴출시키거나 신규진입시켜 품질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
KT 등은 협력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기성 파워콤 자재팀 부장은 “하청업체들이 영세하고 위탁비용도 소규모여서 업체입장에서도 수익보장이 안되고 파워콤 입장에서도 품질에 불만이 생길 수 있어 협력업체 제도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문제점=우선 협력업체에 포함되지 않는 업체들의 경영난이 예상된다. 정보통신공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많은 발주물량을 가진 통신시장이 폐쇄형으로 전환되면 협력업체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들로서는 경영난을 겪게 된다”며 “협회 차원에서도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에 대한 ‘줄세우기’라는 지적도 있다. 파워콤과 데이콤의 협력업체에 선정된 업체들은 다른 통신사업자와의 관계를 아예 끊어야 한다. 업체 선정도 공개적인 모집이 아닌 지사장의 추천을 통해 선별적으로 이뤄졌다. KT는 입찰시 지역본부내 공사협력업체 중 몇몇 업체에만 입찰자격을 주다가 반발이 일자 전원입찰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협력업체가 되면 하나로통신의 주식을 반드시 사야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통신사업자가 협력업체들을 쥐고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오해의 소지도 있다”며 “시행과정에서 공정한 평가와 진입, 퇴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