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레스 배다스,"배움 향한 열정엔 은퇴없다"

10여년전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은 인터넷이 앞으로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인텔 최고경영자(CEO)였던 그는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 수십년 친구인 레스 배다스(Les Vadasz) 현 인텔캐피털 사장을 찾았다. 그로브는 배다스가 “인터넷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든 핵심 기술만큼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회상했는데, 그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오는 6월 1일 인텔에서 공식 퇴임할 배다스 사장은 ‘엔지니어의 대부’로도 하이테크산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그를 일컬어 그로브 회장은 ‘엔지니어 중의 엔지니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배다스 사장은 인텔이 세계 최대 칩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엔지니어링 및 관리직을 두루 거쳤으며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대해 열성을 냈던 모범적 엔지니어다. 인텔 사내 공식 자료에 따르면 1968년 인텔 창립 때부터 근무해온 그는 인사 서열 3위로 돼 있다.

 하지만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인텔을 공동 설립한 뒤 최초로 고용한 직원은 배다스가 아니라 그로브 회장이었다. 이어 그로브 회장은 헝가리 이민자인 배다스를 채용했는데 배다스와 그로브는 페어차일드 세마이컨덕터(Fairchild Semiconductor)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배다스 사장이 그로브 보다 앞서 인텔의 세번째 직원이 된 것은 인텔이 사내 기록을 바로 잡기 위해 인사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의 인사 서열을 그로브보다 빠르게 잘못 기재했기 때문이다.

 배다스는 초창기 인텔 동료들과 함께 인간의 생활을 크게 바꿔놓은 메모리 칩과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혁신적 기술을 대거 개발하고 상용화한 일등공신인데 마이크로프로세서 대해 “머리를 많이 쓴 기술”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는 이사회에 재직하면서 인텔내 핵심 사업부를 두루 맡았으며 전략기획에도 깊이 관여했지만 인텔의 다른 경영진에 비해 외부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안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늘 어떤 기술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인지를 미리 이해하려고 힘을 쓰는 등 신기술의 맨 앞에 서 왔다.

 이에 대해 배다스는 “대형 기술기업이 기술적인 선두를 어떻게 유지할지, 또 어떻게 스스로를 변화시킬지 하는 문제가 흥미로웠다”고 밝히고 있다. 그 자신 10여년전 인텔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거대한 인텔의 벤처캐피털 자회사를 설립,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기도 하는 등 벤처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텔 벤처캐피털은 전통적 벤처투자를 모방하지 않고 벤처금융보다 전략적 벤처투자를 많이 했다.

 배다스는 “벤처사업은 매우 재미있다”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기술의 정체를 이해하고 그 기술이 나중에 어떻게 사용될지를 생각하면 정말로 흥분된다”며 기술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배다스는 인텔의 고위 경영진 가운데 일반인에게는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나 최근들어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된 저작권과 관련 정책문제가 공개되면서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즉 그는 지난해 3월초 미 의회에서 저작권 문제에 관해 증언했는데 이 자리에서 대체로 저작권 보유자보다 기술 사용자편을 들었다. 의원들에게 할리우드진영이 콘텐츠를 완전히 장악하려고 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배다스 사장의 증언은 하이테크 산업이 불법복제 콘텐츠 덕분에 성장한다고 비꼬았던 엔터테인먼트계의 거물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과 직접 대립하기도 했다.

 배다스 사장은 앞으로 인텔을 떠나 다소 여유있게 살면서 후학을 키우고 또 가족의 자선재단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것처럼 공부도 계속할 작정인데 “내 인생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배우는 것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