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여파로 중국 가전 및 IT매출 뚝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공포가 세계 정보기술(IT)업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28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사스가 중국의 IT제품 판매를 격감시키고 있다며 이로써 ‘세계의 시장’인 중국 시장의 급속한 위축과 함께 세계 IT시장 수급관계 불안정마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사스로 말미암아 소비자들의 외출기피로 소비재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중국 IT업계의 주축인 가전·휴대폰·컴퓨터의 위축은 중국 산업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GfK아시아는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 등 대륙은 물론 홍콩 등지의 휴대폰·컴퓨터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한달 동안 베이징의 휴대폰 판매는 12% 줄었다. 홍콩도 3월 데스크톱과 랩톱PC의 판매가 각각 37%, 22%씩 감소했으며 휴대폰 매출은 16% 하락했다. 광저우에서도 지난 13일까지 6주 동안 휴대폰 매출이 이전 6주에 비해 30%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JP모건체이스의 애널리스트 바빈 새러는 “중국내 주요 도시의 휴대폰 판매는 1주 전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2분기중 중국의 IT매출은 20∼30% 감소하고 이 여파로 세계 IT시장 외형도 2∼3% 줄어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문제는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세계 IT부문이 사스로 인한 위기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GfK아시아의 앤디 드레이크 이사는 “중국 소비자들이 마치 9·11 직후처럼 외출을 꺼리고 있어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예년 같으면 매출 절정기인 5월 1일에도 휴대폰·컴퓨터의 판매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매출이 회사 휴대폰 매출의 19%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중국내 학교가 속속 문을 닫고 공공행사가 취소되고 있어 매출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모토로라와 노키아도 사스로 인한 파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대만의 컴퓨터업체 에이서는 수요가 이미 매우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에이서의 J T 왕 사장은 “당초 예상했던 홍콩과 대만과 중국 본토로부터 2분기 매출성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