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부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국가통합 무선통신망의 기술방식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경찰청 및 소방서 등에서 사용하는 자가 주파수공용통신(TRS)망으로 통합망을 구성해야 한다는 쪽과 이미 국토의 50% 가량에 깔려있는 KT파워텔의 공중 TRS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려 한치 양보도 없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자가망 진영은 공공안전용으로 개발해 단말기간 직접통화기능, 통화우선순위 지정 등이 가능한 점을 내세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중망으로는 이들 기능을 완벽히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공중망 진영은 비용절감과 기간단축 측면의 장점을 주장한다. 또한 자가망은 구축사업자별로 망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논란이 거듭되면서 공중망의 구축비용이 더 든다는 주장과 공중망으로도 공공안전용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웬만한 기술적 식견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작 필요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업자들의 목소리만 높다. 통합망의 필요성은 잇따른 재난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에서 비롯됐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 최근의 대구지하철 참사에 이르기까지 재해·재난시 동원된 경찰·소방서·재해대책본부를 아우르는 통신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것. 따라서 통합망 구축은 사업자들의 이해보다는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이점에서 기술방식 결정의 중책을 맡은 정보통신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통부는 맡은 일의 무게만큼 더욱 널리 의견을 물으면서 이를 어떻게 다뤄야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재삼 숙고해야 한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기 이전에 ‘참사공화국’을 살고 있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다는 인식을 갖고 사업자들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