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불카드 집단소송 극적 타결

 최고 450억달러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지도 모를 것으로 관측돼온 신용카드 회사와 미국 유통업계간 집단소송이 재판 직전 극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28일(현지시간) 발표됐다.

 미 연방지법의 존 그리슨 판사는 월마트를 비롯해 수천개의 미 유통업체들이 집단으로 신용카드 양대 기업인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를 상대로 지난 96년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마스터카드 부분이 “극적으로 법정 밖 타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리슨 판사는 그러나 양측이 타협의 구체적인 내용을 함구토록 지시했다. 그는“이번 타협이 마스터카드 쪽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마스터카드사 대변인도 “법정 밖 타협이 이뤄졌다”고만 확인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비자카드 쪽이 어떻게 됐는지도 언급되지 않았다. 비자카드 쪽에도 타협여부를 즉각 확인할 수 없었다.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의 수천개 유통업체들은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가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그들의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모두 받도록 강요하면서 수수료를 턱없이 높게 책정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집단소송을 제기했었다.

 유통업체들은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의 수수료가 군소 카드업체들에 비해 최고 16배나 높다고 주장해 왔다. 또 직불카드의 경우 군소 카드업체들은 유저의 핀넘버만 확인토록 하는 데 반해 마스터와 비자측은 반드시 서명토록 강요한다고 반발해 왔다.

 이에 대해 마스터와 비자측은 “카드 사용자의 선택을 늘리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모든 카드를 받는 게 당연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마스터측은 올초 유통업체들이 자기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비자와 별도로 심리해주도록 법정에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건이 최고 450억달러의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게 했을지 모를 대규모 집단소송이라면서 그 결과가 유통업계의 대금결제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를 주목해 왔다.

 미국에서는 은행 잔고만큼만 출금이 가능한 직불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로 이 시장을 둘러싼 카드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