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룡 이니시스 대표 krlee@inicis.com
IT업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요즘처럼 영어철자 ‘C’가 들어간 단어들의 전성시대를 본 적이 없다. 콘텐츠(Contents)·컨버전스(Convergence)·커스터머(Customer)·C커머스(Collaborative Commerce)·컨피던스(Confidence) 등의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 중 최근 IT업계의 CEO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3C’는 ‘콘텐츠와 컨버전스, 커스터머’라 하겠다.
그동안 무수한 기업의 슬로건을 들어보았지만 일본 회사 NEC의 ‘컴퓨터&커뮤니케이션’이라는 슬로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컴퓨터를 만드는 하드웨어 회사지만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슬로건에 녹여 실천함으로써 NEC는 일본 최대 PC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럼 성공기업으로 가는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3C를 어떻게 기업에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번째 ‘C’인 콘텐츠. 요즘 잘되는 기업들은 고객의 관심사를 잘 파악하고 잘 관리하는 기업들이다. 주로 포털과 게임 등 시장창출형 기업들이 이에 속한다고 하겠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닷컴 거품론과 함께 제기된 포털의 수익모델 부재 논쟁을 잠재우고, NHN과 다음 등의 기업은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제2의 닷컴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이들 기업은 끊임없이 고객의 관심사를 연구하고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변화시킨 것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변화하라. 변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이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잘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두번째 ‘C’인 컨버전스. 오늘날의 고객들은 그들이 거래하는 데 있어서 그 방법과 시간,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기업들이 살아남고 싶다면 그들은 단지 인터넷만이 아니라 모든 채널을 넘나들며 점점 더 복잡해지는 고객과의 관계를 잘 관리해야만 할 것이다.
컨버전스 마케팅은 이러한 다양한 채널의 도전과제를 잘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인터넷 시대의 혼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융합하지 않고서는 소비자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소비자를 보기 위해 고객 맞춤화와 커뮤니티, 채널 등에 대한 부단한 연구가 필요하겠다.
세번째 ‘C’인 커스터머. 요즘은 고객만족(CS) 경영기법이 IT기업 경영에서도 없어선 안될 요소로 자리잡았다. 대다수 침묵하는 고객의 불만사항을 사전에 파악해 해결하는 것이 기업성장의 원동력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고객을 관리하는 기법인 고객관계관리(CRM)도 각광받고 있다. 비용대비 수익증대의 극대화를 꾀하는 타깃마케팅이 기업 마케팅 실행의 키워드로 성립되면서, CRM시스템을 기반으로 기업이 앞다퉈 타깃마케팅에 나서는 상황이다.
최근 CRM은 그 대상을 기업 상대의 마케팅까지 넓히고 있다. 아울러 경쟁을 모르던 병원도 CRM시스템을 도입, e메일을 통해 환자 각각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개별환자의 병력 등 각종 정보를 DB로 구축해 활용하는 실정이다.
요즘 대학가와 사회단체에서는 또 다른 ‘C’ 논쟁이 한창이다. 월드컵 때 온나라를 뒤흔들던 ‘Corea’를 영문국호로 삼자는 이야기다. ‘Corea’를 주장하는 이들은 지난 800년 동안 대한민국의 영문 국호 표기가 ‘Corea’였고 ‘Korea’는 일제가 ‘Japan’의 J보다 뒤로 빼기 위해 K로 바꿨다는 일본 음모설을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업성공의 로드맵이 3C였다면, 영문 국호 ‘Corea’의 C는 식민잔재를 청산하고 주체적 역사의식을 세워 국가의 역사를 바로잡는 로드맵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