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애 이컴앤드시스템 해외마케팅사장 jbnt@choi.com
아침마다 컴퓨터를 켜면 딴 사람이 못보는 틈을 타 처리해야 하는 성가신 일이 있다. 바로 수북히 쌓인 메일리스트 중에서 음란사이트 광고메일을 찾아서 깨끗히 지우는 일이다. 언제부턴가 음란광고 메일 수가 점차 늘어나더니 이제는 하루라도 정리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민망한 자료로 도배될 것 같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인터넷에 독버섯처럼 돋아나는 음란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영어권에 이어 우리나라가 운영하는 음란사이트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외국서버를 통해서 불법으로 운영되는 불법 음란사이트에 대해 차단을 한다고 부산을 떨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
사업상 매일 e메일를 이용하는 필자로서 불쾌한 감정은 접어두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현대문명의 기본인프라인 인터넷이 음란물로 뒤덮이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마치 아이들 등교길 주변에 술집과 퇴폐유흥업소가 빽빽히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이같은 심각성을 알고 있겠지만 인터넷의 속성상 어쩔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요즘 인터넷실명제가 거론되면서 유해사이트에 미성년자의 접근을 봉쇄하는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확실하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침에 컴퓨터를 켤 때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음란 메일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유해한 콘텐츠를 접하고 동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는 음란 메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기본적 속성인 개방성을 거스르는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인터넷의 자유를 외치겠지만 아무런 차단장치도 없이 청소년들에게 음란물이 공급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성년자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든지 사전에 미성년자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쳐 이런 유해한 정보를 접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대책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놓고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고 한국이 음란사이트 2위의 불명예국가가 아니라 정보강국 세계 2위를 차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