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후반 홍콩 은행들이 인터넷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가운데 추진하려다 실패한 인건비 축소 등의 작업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도와주고 있다.’
29일 로이터는 사스 확산으로 각 산업간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 5대 은행들의 일평균 온라인 거래가 지난 3월 초 사스 발병 이전 7만건에서 8만건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홍콩 사람들은 공과금 납부, 예금이체, 잔고확인은 물론 주식거래까지 실내에서 인터넷으로 수행하면서 점포는 물론 ATM 설치장소에도 안 나타나 이같은 경향이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사스 발병 후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온라인 뱅킹 이용률은 40% 급증했다. DBS그룹홀딩스도 4월 홍콩의 인터넷뱅킹 및 폰뱅킹 거래가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영업장 내 거래는 23% 감소했다. 이밖에 UOB의 온라인 뱅킹은 2월보다 3월에 10% 증가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홍콩 사람들의 외출기피와 함께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홍콩의 저렴한 온라인 이용가격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HSBC의 데이비드 엘든 회장은 “은행에서 고객들을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점을 줄이거나 통합해 운용비용을 절감하려는 은행들도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문업체 CLSA의 도미니크 챈 애널리스트는 “사스가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몰아내는 촉매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홍콩의 인구는 700만명. 이 가운데 40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온라인 은행계좌는 160만개로 집계됐다. 홍콩 금융업계에서는 사스 파동 후 이 수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스의 확산세는 중국 본토의 다른 지역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지만 홍콩 은행 관계자들은 인터넷뱅킹 확산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