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경제나 오락 등 분야에서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법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현재의 남북교류협력법에는 우리 국민은 북한 사람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경우 사전에 정부로부터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즉 이 법에 따르면 정치나 군사, 경제 등 구분 없이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또 e메일을 주고받을 때에는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단서 조항 삽입을 통해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정치적 목적이 아닌 교류협력을 위한 인터넷 접촉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교류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교류를 규제해온 것은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남한의 체제 전복을 노려왔기 때문에 정치나 군사 분야의 접촉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적어도 그렇지 않은 분야는 이제 규제를 풀어야 할 때다. 우리의 사회·경제 체제가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우리의 시민의식도 성숙해졌다. 북한의 경제나 문화 정보가 유입된다고 하더라도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인터넷이 개방된다면 우리보다 북한이 더 우려할 만한 일일 것이다.
설령 우리가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 접촉에 문호를 개방한다 하더라도 북한은 이제 인터넷이 세계 경제의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해 체제 선전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역효과를 낳을 수 있는 체제 선전을 무리하게 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게 할 요량이었다면 벌써 제 3국을 통해서 수도 없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교류협력법에 저촉되도록 규정을 하고 있었다. 익명성이 보장된 수도 없이 많은 인터넷 사이트를 도대체 누가 운영하는지 알기조차 어려운데도 시대에 뒤진 법을 운용했던 것이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 남북이 인터넷을 통해 활발한 경제교류를 하게 되면 그 효과는 엄청나게 클 것이다. 북한은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기간망 등을 확충할 것이고,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팔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경제가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결국 북한경제 회복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통일비용을 줄임으로써 남한쪽에도 득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법 개정은 통과라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긴 하지만 발전하는 인터넷 분야를 현실적으로 수용한다는 좁은 의미뿐 아니라 변화하는 남북관계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에 남북한 인터넷 교류를 추가하는 것은 그 의미가 배가되는 일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통한 경제 교류가 가져올 효과는 가히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클 수도 있다. 남북 관계 또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는 이 법이 남북한의 경제적인 이익뿐 아니라 한민족 공동체로서 유대와 귀속감을 강화함으로써 발전적인 관계로 승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