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수지 흑자 반전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우리의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됐다고 한다. 이라크전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중첩된 악재에도 불구하고 4월 수출실적이 월간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1∼3월 연속 적자이던 무역수지를 흑자로 반전시켰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5월중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0을 넘어섰다는 보도다. 경기전망을 예고하는 BSI가 108.1을 기록했다는 것은 끝없이 추락하던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가 잠정집계한 4월 수출입실적(통관기준)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131억8500만달러)보다 20.3% 늘어난 158억6200만달러, 수입은 18.2% 늘어난 148억5200만달러로 10억11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불황의 그림자가 지구촌을 휘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4월 수출액이 월간 최대치(3월, 154억1000만달러)를 경신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연합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자동차의 약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4월 20일 현재 유럽연합으로의 수출은 무려 24.5%나 늘어났고, 아세안(3.3%)과 일본(5.8%)으로의 수출도 늘어났다. 반면 미국은 2개월 연속 감소(-2.9%)했고, 이라크전이 있었던 중동(-5.1%)으로의 수출도 줄었다.

 문제는 사스의 진원지인 중국이다. 수출실적이 3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1월(55.7%), 2월(81.0%), 3월(50.1%)보다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사스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나 중국업체가 약진하면서 그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휴대폰 수출이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역수지 누계적자 해소의 일등공신은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다. 5개월동안 40%대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를 굳힌 무선통신기기는 44.9% 늘어난 13억4000만달러, 월간 최대치를 경신하며 수출 1위로 부상한 자동차는 39.8% 늘어난 13억8000만달러,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수출호조에 힘입은 가전은 7.9%포인트가 늘어났다. 또 석유화학(4.1%), 철강(12.1%), 일반기계(4.4%), 선박(81.2%) 등의 수출은 늘어난 반면 반도체(-0.8%)는 2개월 연속 감소했고 컴퓨터(-1.5%)와 섬유류(-7.2%)도 수출이 줄었다.

 우리의 수출이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호조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사스란 돌발악재로 위축을 겪었던 해외마케팅 활동이 수출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5월 춘투와 징검다리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가 수출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수출호조가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한다.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우리의 수출이 탄력을 받고, 이것이 경상수지 흑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사스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출업계의 피해와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사이버 상담회 등 간접적 마케팅 지원에 적극 나서며, 차제에 추경편성과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