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한국IDC 하드웨어 리서치 그룹 연구원 isyoon@idckorea.com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개발한 ‘엔 게이지(N-Gage)’는 휴대폰에 게임기와 MP3 기능을 합쳐놓은 것으로 음성통화 위주의 전화기보다 종합 오락기에 가깝다. 이동 중에도 음성 및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게임과 음악까지 즐길 수 있는 제품이 출현하면서 휴대폰업체는 물론 닌텐도 등 게임업체들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시계업체로 유명한 미국 포실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무선통신소프트웨어(SPOT)를 채택한 손목시계를 이용해 간단한 메모(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단말기를 선보이면서 이른바 ‘포스트PC’ 업체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두 제품의 공통점은 과거 여러 제품이 수행하던 기능을 하나의 단말기에 합쳐놓은 ‘디지털 복합제품’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이동통신 및 컴퓨팅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디지털 복합제품의 최근 동향 및 향후 전망 등을 살펴본다.
복합제품 유형
최근 이동통신분야에서 선보이는 단말기는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흔히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휴대폰 복합제품’은 기존 휴대폰에서 시작돼 일반인에게 가장 친숙하고, 기술적으로도 안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단말기에 비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 주로 음성통화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에릭슨의 ‘R380’, 노키아의 ‘9210’ ‘9220’, 스프린트에 납품했던 삼성전자의 ‘SPH-i300’ 등이 이에 속한다.
또 ‘PDA폰’으로도 불리는 ‘PDA 복합제품’은 음성보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현재 미국에서 유통 중인 제품은 T모바일의 ‘포켓PC(휴대폰)’를 비롯해 오디오복스의 ‘테라(Thera)’와 핸드스프링의 ‘트레오(Treo)’ 등이 있다.
양방향 무선 호출기를 발전시킨 ‘커뮤니케이터 복합제품’은 기존 무선 호출기의 강점인 문자 메세지 기능에 음성통신을 접목한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고성능 휴대폰에 밀려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캐나다의 RIM이 공급하는 ‘블랙베리(BlackBerry) 5810’과 모토로라의 ‘어컴플리(Accompli) 009’ 등의 신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운용체계(OS)
◇팜OS=초기 이동 컴퓨팅시장을 주도했던 팜은 퀄컴의 ‘pdQ’를 통해 처음으로 복합 이동 단말기를 선보였다. pdQ는 음성 통화라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새롭게 이동통신에 도입함으로써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와 기존 단말기를 대체할 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해 일부 틈새시장에서만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 후 관련 기술의 발전과 부품의 소형화로 삼성의 SPH-i300과 핸드스프링의 트레오, 교세라의 QCP6035에 이르는 팜OS 기반 후발 제품들은 플랫폼상에서 직접 음성통화를 지원하지 못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합 단말기시장의 75%를 차지하며, 팜OS 강세를 이끌었다.
◇윈도CE, 포켓PC=MS는 팜과 달리 다양한 단말기를 위해 다수의 운용체제를 개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처음 윈도에 기반을 둔 복합 단말기는 ‘사젬(Sagem)’과 미쓰비시가 포켓PC 플랫폼 위에 직접 고안한 애플리케이션을 올린 형태였다.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복합 단말기를 위해 OS상에서 직접 통신기능을 지원하는 ‘포켓PC 2002(휴대폰)’를 출시했으며 T모바일의 포켓PC와 오디오복스의 테라 등 MS OS를 사용한 제품이 개발됐다.
윈도CE 4.0은 OEM 업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또 하나의 옵션으로 2002년 7월 출시된 윈CE 4.1 버전을 통해 통신기능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멀티미디어 기능을 첨가하고 전반적인 성능 향상을 꾀했다.
또 윈CE 4.1은 웹페이지 전체를 볼 수 있는 VGA 640×480 이상의 높은 해상도를 지원하며, 포켓PC보다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고 노트북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발판으로 많은 업체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밀레텍의 ‘새턴(Saturn)’과 BSQUARE의 ‘마우이(Maui)’가 이에 속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또 다른 컨버전스 단말기 플랫폼인 스마트폰 2002는 포켓PC와는 달리 포켓 워드와 포켓 엑셀과 등 모바일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포함하지 않으며, 현재 영국 휴대폰업체인 센도가 유일하게 이 플랫폼을 채용한 단말기를 공급 중이다.
이처럼 최근 이동통신 복합제품 플랫폼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2002의 성공 여부는 기존 대형 휴대폰 제조업체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점유율을 확장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심비안(Symbian)=심비안은 과거 다양한 플랫폼 버전으로 여러가지 형태의 단말기에 적용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3종의 OS를 개발했다. 에릭슨 R380, 노키아 9220 커뮤니케이터 등의 키패드 기반 핸드헬드를 위한 ‘크리스털(Crystal)’, 타블렛 혹은 펜 기반을 위한 ‘쿼츠(Quartz)’, 휴대폰을 위해 고안된 ‘펄(Pearl)’ 등이다. 제품 상용화가 더디게 진행된 가운데 심비안은 휴대폰에 집중했다가 최근 버전에서는 단일 플랫폼으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복합 단말기는 제품의 특성상 사양이 높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타 기기에 뒤져 일반 소비자 시장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심비안은 노키아가 심비안7을 기반으로 고안한 시리즈 60 플랫폼을 발표하면서 컬러스크린에 고성능 통신기능, 향상된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모두 갖춘 저가 휴대폰을 앞세워 매스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세계적인 휴대폰업체와의 공고한 협력관계, 휴대폰과 유사한 단말기 형태, 매스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저가 제품군을 갖춤으로써 심비안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타=최근 자바 기반에서 리눅스로 방향을 전환한 모토로라나 블랙베리 OS를 사용하는 RIM은 현재 메이저 OS에 비해 시장 비중이 매우 작은 편이지만 올해 이후 중저가 단말기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IDC는 미국 복합 이동통신단말기 시장이 현재 IT투자 감소와 통합 솔루션 도입 부진 등의 원인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가 호전되면 2006년까지 수량 면에서 연평균 125%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하드웨어 제조업체, 이동통신업체, 솔루션업체(SP)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통합
복합 이동통신단말기는 하나의 단말기로 기존 PDA, 휴대폰, 노트북이 해왔던 업무를 수행한다. 이동통신 기기의 통합 추세는 음성통화 기능과 데이터 통신의 결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단말기들이 가지고 있던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위해 과거 IT유통에 관여했던 SP와 OEM 업체, 이동통신업체, 유통업체 등이 복합 단말기와 관련 솔루션 판매, AS 과정에 모두 참여하게 되었다.
기업 시장
기업시장은 기업들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 수요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비교적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터 입출력 위주의 기존 PDA와 달리 통신기능이 첨가된 복합 단말기는 기업시장에서 가치와 효용성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복합 단말기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확연하게 다른 가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시장에서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 발달의 초기단계에서 생기는 업계 표준의 부재가 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SP는 독자 개발에 따른 호환성 문제를 우려해 솔루션 개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험 있는 채널 파트너들은 미흡한 표준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복합 단말기 전용 특수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 개발을 위해 여타 채널과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다.
소비자시장
소비자시장은 점차 복합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생활에 유용한 액세서리로 전환됨에 따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더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와 높은 가격이 수요 확대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체제로서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도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론
복합 이동통신단말기 분야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단말기부터 이와 관련된 음성, 데이터 상품, 통신, 모바일 솔루션 등에서 여러 회사와 채널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아직 시장 형성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선점 효과 또한 크다. 기업시장에서는 비즈니스 효용성을 증가시키고, 소비자시장에서는 단일 단말기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 개척자로서 하드웨어 OEM 업체는 시장과 모바일 솔루션 공급과 AS 능력 면에서 그들의 위치를 인지하고, 유통업체는 중소기업과 공공부문 등 잠재시장에서의 인지도 증가와 이동통신업체나 공급업체가 직면하고 있는 기업 통합의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OS별 시장 점유율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