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게임산업의 방향

◆김동현 세종대 영상대학원 원장/디지털실크로드 대표이사(mustache@digitalsilkroad21.com) 

 

 요즘의 한국 게임산업을 보면 세계 게임시장과 따로 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온라인게임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화돼 세계시장의 주류인 아케이드게임과 콘솔게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게임산업 분류를 아케이드게임·콘솔게임·PC게임·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온라인게임은 플랫폼에 의한 분류상 엄밀히 말하면 온라인화된 PC게임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앞으로 콘솔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도 온라인으로 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세계시장 점유율 5%를 조금 상회하는 온라인화된 PC게임이 온라인화된 콘솔게임이나 온라인화된 아케이드게임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것인가. PC게임이 콘솔게임이나 아케이드게임시장을 잠식하지 못했듯이 온라인화된 PC게임이 여타 시장을 잠식하기에는 불리한 점이 너무나 많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이 세계시장에 수출된다고는 하나 중국·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이고 정작 메이저시장인 미국·일본·유럽에서는 그다지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임을 짐작해보면 불리한 이유는 명확해진다.

 우선 선진국의 사회 시스템은 그 나라 청소년들이 하루에 8시간 이상씩 한국에서 유행하는 온라인게임같은 것을 즐기도록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게임산업을 국가에서 육성하는 상황에서 완화된 규제의 틀에서 만들어진 게임이 선진국의 게임 규제를 통과하기도 힘들 것이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중국조차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온라인게임을 규제하기 시작했으니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원래 게임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비일상속으로 들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일상생활에 복귀하기 위해 만들어진 놀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은 어떠한가. 일상생활을 버리고 게임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아이템 거래라는 사행적인 운영 때문에 수천만원의 현금이 오가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기형적인 게임사이트 운영도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91년부터 정부출연연구소에 재직하면서 과학기술처·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를 전전하며 게임산업을 국가에서 지원해줄 것을 건의해왔고, 그 성과로 지금은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산업자원부가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비춰질 정도로 경쟁적으로 게임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부처에 가서도 온라인게임을 지원해달라고 말한 적은 없었고, 세계 게임시장의 90%를 점유하는 콘솔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을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음은 주지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세계시장에 유례가 없는 온라인게임시장만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져 모든 정책지원이나 자금이 온라인게임 쪽으로 몰리게 됐다. 게임산업을 육성하여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콘솔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이 온라인화되면서 온라인PC게임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안에 세계시장에서의 온라인PC게임은 현재의 PC게임시장과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혹자들은 아케이드게임시장은 죽었다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시장을 보면 여전히 콘솔게임과 45%씩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그 이유는 아케이드게임에는 체감형 게임기 등 여타 게임들이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온라인PC게임은 온라인콘솔게임에 의해 대체될 수 있어도 체감형 아케이드게임은 다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PC방은 대체상품에 의해 없어질 수 있어도 오락실은 절대로 없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금부터라도 온라인콘솔게임·온라인아케이드게임으로 주력 게임시장을 옮겨야 한다. 온라인콘솔게임의 경우 우리의 대용량 네트워크 서버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이저 개발사들과 공동 협력해야 한다. 또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세계 굴지의 CPU 개발사나 그래픽칩 개발사와 손잡고 독자적인 온라인아케이드게임 플랫폼을 개발해 보유한다면 메이저 개발사들과 당당히 맞서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디 우리 게임 개발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게임 개발에 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