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V송신·중계기 시장 놓고 NEC·로데슈왈츠 경쟁 치열

 올해 디지털 지상파 TV(DTV) 방송이 수도권에 이어 광역시까지 확대·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수천억원대 규모로 알려진 DTV 송신·중계기 분야의 장비공급권을 놓고 일본 NEC사와 독일 로데슈왈츠사가 격돌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특히 아시아국가 중 디지털장비 도입이 비교적 빠른 한국을 앞으로 이 지역 시장을 좌우할 주요 시험장으로 평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상황=지역 민방들은 지난해 말 DTV 전환과 관련 관계자회의를 갖고 도시바·해리스를 포함한 3∼4개 외국 송신·중계장비업체 중 NEC와 로데슈왈츠를 입찰 참여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입찰 대상을 2개사로 한정한 데는 이들 장비가 수도권 디지털방송 송출장비로 운용되며 충분한 시험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NEC와 로데슈왈츠는 충분한 국내 운영 경험과 기술,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도권을 시작으로 지역 민방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규모=대구방송이 오는 7월부터 본 방송을 실시하는 데 이어 오는 12월까지 부산·대전방송 등 모든 지역 민방들은 디지털방송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각 송신소에 도입하게 될 장비는 2.5㎾급 출력을 갖는 디지털 송신기 각각 한 조. 장비 특성상 옵션과 부가 장비들에 따른 가격 편차 때문에 시장 규모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일부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당초 민방들은 공동구매 형태로 장비를 도입하려 했으나 개별 방송사가 입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NEC냐, 로데슈왈츠냐=아날로그 방송 시절부터 일찌감치 국내에 진출했던 NEC는 KBS와 MBC 수도권 송신소에 송신 장비를 납품하는 등 디지털 송중계 시장에서도 비교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이들 방송사는 수도권지역 디지털방송을 위해 2.5∼5㎾급 송신기를 운영 중인데 그 운영 실적과 아날로그 방송 시절 때부터 축적한 기술적 기반이 지역 민방들에 강한 호소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NEC의 독주에 대해 ‘옛 정만으로 섣불리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견하는 입장이다. SBS에 송신장비 납품 실적이 있는 로데슈왈츠는 국내 디지털방송시장을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시험대로 보고 있다. 우리와는 다른 전송방식을 가진 유럽국가 장비지만 미국 ATSC 방식으로 운영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특히 지역 민방들이 SBS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이번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망=현재 일본 NEC와 독일 로데슈왈츠 디지털 송신기의 국내 판매권을 각각 보유한 불이정보통신·명주상사·맥스웨이브 등 관련 업체들은 각 지역 민방사를 대상으로 한 활발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달 실시된 대구방송의 입찰에서 2.5㎾급 NEC 디지털 송신기가 낙찰된 것을 시작으로 입찰 경쟁의 첫 신호탄이 울렸다.

 송중계 장비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디지털 방송 전환을 비교적 빠르게 서두르고 있는 한국이 향후 아시아지역 시장의 향배를 결정할 중요한 시험장으로 판단한다”며 “국내에서 실시된 각종 시험방송 결과와 방송 전환 관련정보에 대해 외국 방송장비업체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번 결과에 따라 세계 시장의 판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