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매각 루머

 ‘곤경에 빠진 하이테크 거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라이벌한테 먹힌다고?’

 뉴스팩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하이엔드 서버시장의 강자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매각 가능성이 월가에 흘러나오면서 이 회사 주가가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 2000년 한때 70달러에 달했던 선의 주가는 금요일인 지난 2일(현지시각) 전일보다 12% 상승한 3.75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어 이번주 초에도 강세를 보였다.

 아직 극소수이지만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선의 주가가 근래 3년간 폭락한 점을 거론하며 선의 매각설에 대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이들은 선의 매수자로 선의 경쟁사인 IBM·델·휴렛패커드(HP) 등 3개사를 지목하고 있다.

 스털링파이낸셜의 스티브 앨런 애널리스트는 “대형 IT업체의 매각설이 종종 주식시장에서 흘러나오곤 하지만 실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만일 선이 매물로 나온다면 논리적으로 이의 가장 좋은 인수자는 델컴퓨터”라고 말했다.

 그는 “델은 수 년 후 매출을 현재의 두 배인 600억달러로 책정하는 등 확장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만일 두 회사가 통합한다고 해도 선의 기업문화가 연구개발을 강조하는 반면 델은 제조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등 문화적 차이가 커 통합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어스&캐벗의 알렉스 모우 애널리스트는 “선의 매각 루머의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IBM도 현금이 많고 하이엔드 서버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어 선의 인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 IBM과 선 역시 기업문화 차이가 심해 통합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선과 HP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HP와 컴팩의 합병 가능성을 처음 언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베어스턴스의 앤드루 네프는 “HP와 선은 기업 고객이 너무 많이 겹치고 시너지효과가 미약해 통합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선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 선의 시가가 120억달러나 되는 등 덩치가 너무 큰 데다 스콧 맥닐리라는 호전적 CEO 때문에 다른 회사와 합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입장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