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즈니스 방미 결실을 기대한다

 11일 방미 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의 어깨는 무겁다. 한미 동맹관계 50주년을 맞아 이루어진 이번 미국 방문에서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국제금융계 인사, 경제 지도자 등을 만나 대내외적인 현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띠고 있다.

 이번 방미의 초점은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 종식 이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원만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다자간 회담으로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미국과 우방이라는 인식 아래 공조를 거듭 다짐받아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더욱 정착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로서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야 하겠다. 물론 미군의 장갑차 사건, 주한미군 기지이전 등으로 빚어진 양국간 갈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매파로 알려진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의 시각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것도 과제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상황을 악화시켜 유리알과 같은 한미 관계가 형성되기라도 하면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에도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번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취약해진 국내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 외교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와 닷컴 거품 붕괴, 이라크 전쟁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한미 통상 마찰은 대 유럽관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전후 복구 사업에 우리가 폭 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벡텔과의 원만한 협상도 중요하지만 하이닉스 처리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고 인텔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는 것은 현실적이고 시급한 과제다.

 이번 노 대통령의 방미는 비즈니스 외교로서 그룹 총수 대부분이 망라돼 사상 최대 규모의 재계 대표단이 수행하는 만큼 그 의미를 십분 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각종 세미나와 간담회 등을 통해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투자 강화를 촉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또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13일 투자 유치를 위해 합류한다고 하니 기대가 작지 않다.

 그러나 일부로서 사실을 확인해 보아야 하겠지만 우리의 대표단이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점은 불미스러운 일이다. 통상 외국의 최고경영자(CEO)만 해도 수개월 전에 약속을 하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다. 사전에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과 만난다 하더라도 큰 수확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다.

 또 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당근책을 얼마나 준비했는지도 미지수다. 이제 그들도 우리나라의 사정을 모르고 있지 않은 만큼 단순히 우리를 알리고 설명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설령 일국의 대통령과 장관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실질을 중요시하는 CEO들이 마음을 돌려 선뜻 투자를 결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노 대통령의 귀한 보따리에 무엇이 얼마만큼 담겨져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