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온라인 음악 서비스 ‘i튠즈 뮤직스토어’가 사업시작 일주일 만에 100만곡을 판매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디지털 음악시장 정착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최근 상황은 음악파일 교환의 인기와 음반매출 감소로 벼랑 끝에 몰린 음반업계가 파일교환에 대한 법적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버라이즌 판결과 그록스터·몰페우스 판결이 음반업체에 유리하게 판결되면서 이들도 파일교환업체 대신 개인 사용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합법 서비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애플의 성공여부는 향후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 성격을 띤다.
◇선택의 폭을 넓혔다=노래 한곡 다운로드에 99센트로 가입료는 없다. CD굽기나 i포드 등 휴대기기로의 복사는 무제한이다. 5대 음반사의 노래 20만곡에 대한 사용권을 얻었으며 사용이 쉽다. 앨범 전체를 내려받는 비용은 CD 한장 가격보다 조금 싸다.
월사용료를 받고 무제한 다운로드를 허용하는 프레스플레이, 뮤직넷 등 기존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 비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들 업체는 다른 PC나 CD로의 복사도 매우 제한적이며 곡당 약 1달러의 추가비용이 든다. 애플은 기존의 합법 업체들이 최근 6개월간 판매한 음악을 일주일 만에 판 셈이다.
◇지나친 낙관은 시기상조=그러나 애플의 초기 성공으로 온라인 음악시장의 도약을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합법 온라인 음악서비스의 경쟁자는 같은 합법업체가 아니라 카자 등 파일교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텍사스대학 법학과 닐 네터널 교수는 “네티즌들은 공짜에 익숙하다”며 “공짜와 경쟁해 승리하긴 어렵다”고 강조한다.
음악 기술·정책 단체 ‘음악의 미래’의 기술담당 브라이언 지스크는 “소비자들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가격을 ‘껌값’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생각하는 적정가격은 곡당 18센트(약 215원)다. 이중 8센트를 음악계에 지불하는 것이 저작권법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라는 것. 디지털 음악은 CD제작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고려됐다.
전문가들은 고품질의 음악을 싸게 제공하는 신뢰성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면 광고와 가짜 파일이 판치는 무료 파일교환 서비스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한다.
◇윈도에 개방 때까지 지켜봐야=애플 사용자는 전체 컴퓨터 사용자의 3%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온라인 음악 및 파일교환 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다. 올해 말 윈도 사용자들에게도 서비스가 개방될 때 온라인 음악시장의 진정한 안착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도 문제. 온라인 음악 시장의 도약을 위해선 음반업계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소비자들이 번거롭지 않도록 DRM을 향상시켜야 한다. 복사를 제한하거나 계약기간 후 파일이 소멸되도록 하는 기술은 복잡하며 PC 외의 다른 기기에선 아직 구현이 힘들다. 애플의 DRM도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또 장차 모든 PC와 디지털기기가 인터넷에 상시 연결돼 음악 서비스의 중심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뀔 때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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