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는 DVD타이틀 불법복제로 DVD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들어 용산, 청계천 등지에서는 ‘시카고’ ‘반지의 제왕 2’ ‘러브 인 맨하탄’ 등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DVD타이틀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오는 8월 출시 예정인 ‘반지의 제왕 2’가 지난 3월부터 용산에서 1만원선에 팔리고 있는가 하면 영화 ‘시카고’와 ‘러브 인 맨하탄’의 경우 극장상영과 거의 동시에 DVD타이틀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전에는 정품 DVD타이틀이 출시된 다음에 복제판이 유통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복제판이 나돌고 있고, 화질도 정품에 버금갈 정도로 깨끗해 DVD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 때문에 DVD 업계에서는 불법복제가 이제 막 커지고 있는 DVD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영화개봉 이후 DVD타이틀이 나오려면 평균 6개월 가량 시차가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기간동안 불법복제판이 유통된다면 정품이 설 수 있는 입지는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스타맥스의 김영대 영업팀장은 “전체 물량의 20%는 불법복제판이 소화한다고 봐야 한다”며 “정품이 나오려면 최소 6개월이 있어야 하는데 불법복제판을 본 소비자들이 정품을 살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상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간의 DVD 불법복제물 단속 결과 610건이 형사입건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나 늘어나는 등 갈수록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DVD 업계에서는 정부당국에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속을 태우고 있다.
불법복제판의 유통경로가 불확실할 뿐 아니라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불법복제판 유통경로는 중국에서 제작된 ‘따오판’과 인터넷을 통해 Divx 파일을 구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지능화되고 있어 원천적인 봉쇄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같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한국영상협회는 DVD타이틀 재킷에 홀로그램을 붙여 정품과 비교할 수 있게 하거나 한글표기를 해 줄 것을 DVD 제작사에 요구하고 있으나 출시일정을 맞춰야 하고 작업이 번거롭기 때문에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영상협회 장윤환 부장은 “업체들이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협조에는 소극적”이라며 “불법복제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DVD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