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투데이]IPO 인기 시들 `비상장`으로 회귀

 한때 신생업체들은 주식을 일반인에게 매각해 돈을 조달하는 주식상장(IPO)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경영난을 겪으면서 실리콘밸리의 일부 하이테크 소기업들은 자진해서 주식상장을 폐지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돌아가려고 모색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다시 사들임으로써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기업 스캔들 방지를 위한 새로운 법적인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 공개기업으로 남기 위한 비용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이다.

 미국 새너제이에 컴퓨터 디스플레이 업체인 텔레비디오를 설립했다가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필립 황은 “소기업들이 요건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회계업무가 많은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1983년 주식공모(IPO)를 통해 실리콘밸리에서 최고 실적을 올린 업체이기도 했던 텔레비디오는 공개기업으로 남기 위해 의무화된 회계·법규 등의 제반비용으로 연간 20만달러를 지출해야 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미 의회에서 통과된 새 ‘사반스-옥슬리 기업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회에 금융전문가를 채용해야 돼 추가로 연간 10여만달러를 써야 할 처지다. 사업상의 어려움 이외에 법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비용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주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실리콘밸리의 소규모 상장업체들이 텔레비디오처럼 대거 월가에서 이탈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형 법률회사 중 하나인 손시니굿리치앤드로사티가 상장폐지와 관련해 최근 주최한 세미나에는 70여 업체의 중역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사에서 인수·합병 관행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 케네디는 “절차를 검토하기 위해 최대 10개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소기업들에 자진 상장폐지는 기업공개 과정의 추악한 실패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비단 소기업들만 상장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 채무문제가 있거나 투자자들이 기다려주기 어려운 문제를 가진 비교적 건실한, 시가총액 5000만∼5억달러 규모의 기업들 다수도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