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법원이 준비 끝에 웹 기반 호적정보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하자 전국의 호적전산시스템은 마비상태가 되어버렸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적어도 부산지역에서는 호적업무 ‘먹통사태’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호적의 열람·기록·수정 및 등초본 발급업무가 전국 일선 행정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시민들은 큰 불편과 고통을 겪었다. 생활의 편리함을 주고자 기획된 전산시스템이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이같은 일이 벌어짐에 따라 혹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마비와 먹통사태’의 사유는 ‘새 시스템 가동에 따라 접속량이 폭주해 행정정보전산망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32개 전국 시·군·구에 분산관리(CS시스템)되던 호적전산자료를 대법원 중앙서버로 집중하고 이를 인터넷 웹상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편의와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 새 시스템의 요체였다고 본다.
그런데 이 시도가 첫날부터 며칠 동안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언뜻 보아 새 제도 시행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시행착오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현장 공무원들은 “행정전산망 자체에는 이상이 없는데, 그렇다면 수요예측과 설계부터 하자가 있었다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고 있다. 이번 일은 정부가 진행하는 많은 행정정보화 및 웹 기반 사업에 교훈이 되어야 한다.
가령 교육부와 전교조 사이의 쟁점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역시 학교단위의 CS시스템을 전국적으로 통합해 웹 기반에서 관리한다는 점에서 새 호적정보시스템과 매우 유사한 것이다. NEIS 역시 시행단계에서 이같은 평지풍파를 겪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 아니한가. 전자정부라는 구호의 장밋빛 전망에 젖어 첨단시스템 시행에만 급급하다 보면, 마땅히 전자정부 개념의 핵심이 되어야 할 보안성과 안정성 문제가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 이번 먹통사태인 셈이다. 행정의 작은 실수가 시민들의 일상에는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초 한차례의 인터넷 대란을 통해 전산망의 다운이 생활과 경제, 문화와 사고에 얼마나 많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지 경험한 바 있다. 수용자 중심의 세심한 점검과 대비가 전자정부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함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최남이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