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헌 한국컴퓨터통신 대표
최근 정보통신부는 향후 5년간 총 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1000만가구에 디지털 홈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 홈 구축계획’을 마련해 조기에 시행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정보통신부의 계획은 정보화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 초고속 통신망과 같은 네트워크 및 가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로서는 깊은 관심과 환영의 뜻을 표할 만하다.
이와 관련, 한가지 제안을 하자면 디지털 홈 구축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은 경쟁력 있는 ‘국산 디지털 홈 서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각계의 정보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90년대 초, 외산 서버 일색이던 중대형 컴퓨터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 4대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국산 주전산기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 적이 있다.
그런데 컴퓨팅 위주의 서버를 개발해야 했던 당시의 환경에서는 기술력, 마케팅력 등의 역량이 부족한 나머지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협소한 국내시장에 매몰된 채로 외국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개발환경이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디지털 홈 시대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가전기술이 국산 서버의 성공을 뒷받침할 보증수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컴퓨팅 서버는 아직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통신, 네트워크, 가전 분야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강자로 급부상한 상태에서 세계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홈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는 네트워크화된 TV, 냉장고, DVD, 모니터, 오디오 등의 정보가전제품이 주력 하드웨어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전제품에 서버기술을 잘 접목할 경우에는 차세대 황금시장으로 떠오른 디지털 홈 시장에서 선진 가전기술에 기반을 둔 국산 서버가 충분히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산 서버의 개발이 단순히 서버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산 서버가 경쟁력을 갖게 되면 서버시장 자체는 물론 IT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가지 강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컴퓨팅 운용체계(OS), 내장형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통신,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등 서버에 탑재될 각종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하는 국내업체들이 덩달아 세계시장을 무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산 서버가 정보통신산업의 총체적 부흥을 견인할 출발점인 셈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과거의 경험이다.
90년대 국산 주전산 서버 개발의 실패는 ‘우물안 개구리’의 전형이었다. 따라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시장을 겨냥한 기술개발 및 상품화를 지향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각개전투를 펼치듯 국산 서버를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마케팅과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비용면에서 엄청난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의 유수 가전업체들과 국책 연구소, 뜻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중심으로 연합해 단일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산 서버와 그 안에 탑재될 각종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위한 협력에 성공할 때에만 차세대 정보화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홈’의 영역을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디지털 홈 구축 계획의 핵심과제도 국내업체간 결속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