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태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
2020년께 세계 GDP의 30%는 동북아가 점유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기존 구미지역 중심의 경제축이 아시아로 이동하여, 세계경제 질서가 북미·유럽·동북아 등의 3대 교역권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각변동에 견줄 만큼 실로 대단한 변화다.
이런 변화에 있어 우리나라의 화두는 과연 2020년에 한국이 동북아의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다. 안타깝게도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전망은 없고 일본이 12%, 중국이 10%, 나머지 국가가 8% 정도를 점유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야 어떻든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질서 변화를 정확히 탐지하고 탐지한 다음에는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이 있느냐는 문제다. 일본과 중국과의 경쟁력에서 필히 우위를 점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환경을 활용하여 우호적 협력중간자로 충실할 경우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
중국보다는 기술수준이 상위에 있어야 하고 일본에 비해서는 시장력 우위를 확보, 향후 5년 내에 동북아 경제중심지로의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만약 그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생존권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두번째 화두는 향후 5년 내에 선진국의 관문인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인가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로 막 진입했다. 95년에 이은 실로 7년만에 이룬 재진입이라 감회가 새롭다. 일본·홍콩·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성장하는 데 5∼6년이 소요됐다. 한국이 같은 기간에 2만달러대로 진입하려면 실질 경제성장률이 매년 5%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만만치 않다.
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고 향후 5년 안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분권화와 벤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국의 수도가 갖는 집중도는 선진국의 경우 10% 내외라고 한다. 미국의 워싱턴DC는 10% 이하이며 유럽도 비슷한 수준이다. 집중도가 높다는 일본이 30% 수준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11% 면적의 수도권에 46%의 인구가 밀집돼 있으며 금융의 70% 가량이 몰려있다. 세계에서 이렇듯 높은 집중도를 보이는 곳은 없다. 수도권 집중은 생활여건 악화와 비용을 급상승시키는 폐해를 낳는다.
반면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자금과 인재 등 지역을 살릴 영양공급이 줄어들며 서서히 고사하게 된다. 경제규모가 작을 때는 집적의 이익이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이상이 되면 분산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이 이뤄지며 지속가능한 성장이 보장된다.
기업의 생리도 비슷하다. 대기업 집중구조에서 분산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산업의 균형발전이 이뤄지며 지속가능한 성장이 보장된다.
중요한 것은 지역분산이 바람직한 분야와 집중이 바람직한 분야를 선별하고 차별화하는 것이다. 지역(local) 특성을 갖는 산업은 기능·지역별로 분산하되, 국가 특성을 갖는 분야는 국가적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한 지역에 집중해야 강력한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개발은 국가공공재 성격이라 분산은 곤란하며 집중이 바람직하다.
벤처는 육성산업이다. 옥석은 가려야 하나 시장논리에 맡기기에는 아직은 이르다. 단순 마진 추구가 아닌, 노하우·로열티 창출을 추구하는 벤처가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벤처는 시장성을 이해하고 이익창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벤처는 지속적으로 의식을 개혁해야 한다. 벤처는 사업성을 크게 하기 위해 기술교류 및 기술통합에 주력하고, 사고의 다양성 발휘를 통해 규모는 작으나 사업성과 이익창출은 대기업 이상으로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벤처는 빠른 결과를 노리는 순간투자보다 로열티 창출을 얻기 위한 집중투자도 필요하다. 이익창출이 중요하다 하여 단기매출에 무게를 실으면 로열티 확보를 추구하는 벤처는 고사한다. 생계형 벤처와 사업성을 세계적 수준으로 크게 하는 벤처의 잣대는 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