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이번 정부 각료 가운데 가장 귀가 간지러운 사람은 진대제 장관일 것 같다.
취임하자마자 아들 병역문제와 도덕성 시비가 불거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병역문제로 우수한 인재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 일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면서 거의 잠잠해졌다. 그러자마자 삼성전자의 주식 보유문제가 다시 떠올라 최근에는 일부 시민단체가 진 장관 퇴진운동을 벌일 조짐이다. 합법적으로 주식을 보유했다고 하나 그것 때문에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주식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요즘 정보기술(IT)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정작 진 장관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진 장관이 입각하면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성장엔진론’ 부분이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5∼10년 후에 먹고 살 아이템을 발굴, 정부가 적극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디지털TV를 비롯한 9개 품목을 선정한 데 대해서다. 해당 아이템이 속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야 나쁠 것이 없어 별 말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말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입소문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정부의 역할에 큰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가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민간부문 출신의 정통부 장관이 적지 않게 나왔지만 그들 대부분은 정부의 역할을 민간부문의 지원과 함께 기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또 규칙을 정하는 데 주력했다. 정부가 다양한 부문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서였으며 다른 나라의 정부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진 장관은 취임하면서부터 사기업처럼 투자 마인드를 강조했다. 그래서 비판을 받고 있다. 그것도 한결같이 강도가 높다. 비판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통부를 최근 직접 방문해본 업계의 리더들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가볍지 않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최근의 정통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한다. “삼성은 1000억원을 투자하면 2∼3년 안에 10배 이상의 이익을 낼 수 있다. 정통부도 그런 쪽으로 투자를 할 것이다”라고 정통부 관계자가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 어려운 국가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정통부가 마치 증시에서의 투자수익률(ROI)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보도를 보면 정통부는 실상 지금도 정보보호 대응체계 강화라던가, 통신업체 현황을 분석하고 경쟁구도를 설정하며,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는데도 이러한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정부까지 대부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펴기보다는 단기간에 실적을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앞서 무리한 정책이 더러 나왔다. 산업구조조정이 그러했으며 벤처정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행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정책처럼 보여도 얼마 가지 않아 빛보다 그림자가 더 커진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진 장관에 대해 말이 많은 것은 정통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고 또 주요 부서의 수장으로서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진 장관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정부가 해야 할 기본 역할에 충실해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