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경기불황에다 정부가 소비자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개정은 지금까지 일련의 법 개정과는 달리 쇼핑몰의 상당한 비용부담을 유발할 수 있어 업계가 초비상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초 법 개정 문제가 거론됐을 때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워낙 공정위의 입장이 확고해 쇼핑몰업체는 이렇다할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몇번의 업계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초기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소비자 신뢰를 얻지 않고는 전자상거래는 발전할 수 없다. 안전장치를 법제화하는 길은 산업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안희원 국장) “예외는 없다. 안전장치를 위한 쇼핑몰업체의 비용부담이 결국 소비자피해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김성만 과장)
공정위는 앞서 소비자피해 보상보험이나 에스크로 제도, 혹은 공제조합 가운데 하나를 의무가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확정해놓았다. 정작 다급해진 것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메이저들이다. 소비자 신뢰를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투자비가 상당한데 추가 비용부담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비용을 고객서비스에 투자한다면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쇼핑몰업계는 강제조항 대신 권고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지만 받아들일지의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사실 공정위 입장도 일견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쇼핑몰의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쇼핑몰은 아직도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메이저몰은 이미 시장에서 신뢰도가 검증된 상태다. 하프플라자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도 믿을 수 있는 쇼핑몰을 찾고 있는 등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는 몇 안되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품목이다. 자칫 이번 법 개정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공정위의 독단으로 비치며 자라나는 수종사업을 뿌리부터 뒤흔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디지털경제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