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통신정책 표류

 통신서비스 정책이 실종되는 등 참여정부의 통신정책이 아직도 가닥을 잡지 못한 것 같다. IMT2000 상용서비스 일정이 오락가락하고, 디지털TV 전송방식과 단말기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도 수시로 말이 뒤바뀌고 있다니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통신서비스업계 구조조정, 단말기보조금 예외, 역무체계 개선, 2.3㎓ 휴대인터넷 도입 등 시급한 현안 과제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두루넷과 온세통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외국인 자본이 SK텔레콤을 위협하는 등 통신산업계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이 “통신사업 경쟁구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팔짱만 끼고 있다”며 정통부 장관을 질타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잘 알다시피 통신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경제호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성장엔진으로 그 시장규모가 엄청날 뿐 아니라 여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신사업에서의 성패가 기업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정부가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가 통신서비스 정책 표류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신서비스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통신사업자는 물론 부방 사업체들이 기술 및 시장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성장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조조정 및 차세대 통신서비스 정책 방향이다. 이미 두루넷과 온세통신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인수 문제를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다고 본다.

 차세대 통신서비스 정책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할 과제다. 정통부가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SK텔레콤과 KTF가 WCDMA 관련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했고, 장비와 단말기업계도 올해 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통신시장의 화두로 부상한 휴대인터넷 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요구하는 업계 입장과는 달리 연내 추진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해서는 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준비 과정에서의 낭비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주파수 할당 계획 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유선에서 무선으로 거는 전화(LM) 시장 개방도 마찬가지다. LM 시장 개방이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사업자간 수익보전 정책이 없으면 소모적인 논란만 이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단말기보조금 지급 금지 예외조항과 인터넷전화(VoIP)나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등 신규서비스 관련제도도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 안게 된다. 따라서 보다 큰 틀에서 통신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현안 문제에 대한 결정을 늦추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불황이 우려될 때는 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경기부양이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제도개선이 늦어져 통신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