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래소 통합 문제 많다

 정부가 2년여 동안 고민해오던 증권·선물시장 개편을 일단 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 등 3개 시장을 통합하되 본사를 부산에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거래소가 언젠가 통합돼야 할 것이라면 이중비용을 절약한다는 차원에서 이제껏 논의되던 지주회사제 방식 통합보다 곧바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거래소가 통합되면 투자자들은 현물·선물 등 금융상품별로 각각 사용하던 계좌를 하나로 통합해 거래할 수 있는 등 이용자 편익이 증진되고 증권거래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정부의 판단이 증권시장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기보다는 제각기 이해가 엇갈리는 3개 시장의 주장을 짜깁기한 일종의 절충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증권·선물투자자의 80% 이상이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통합시장 본사를 부산에 두기로 한 점은 효율성보다 정치적인 고려가 깊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인터넷 시대를 맞아 증권거래의 전산화로 이미 장소와 시간의 중요성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조직과 인사, 예산 등에 관해 각 사업본부별로 자율적 운영을 추구하고 있어 부산 본부와 업무중복으로 인한 비용 낭비와 업무충돌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을 동북아 금융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참여정부의 구상과도 배치된다.

 우리가 이번 결정에 대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통합 효율성만 고려한 나머지 고유하게 진행되어온 각 시장의 특성이 무시됐다는 점이다. IT기업으로 대변되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로 산업활성화에 기여해온 코스닥시장의 특성 상실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 점에서 정부가 기술주 위주의 시장기능을 완전히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든다.

 지난 96년 7월1일 개장한 코스닥시장은 지금까지 6년여 동안 수많은 벤처 비리 속에 얼룩져왔지만 국내 신기술기업의 대표 증시로 자리매김해 왔던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코스닥시장이 거래소와 경쟁체제를 통해 상호 발전해야 하는데도 경쟁없는 단일 운영체제로 운영될 경우 발전은커녕 오히려 합리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증권 시장의 핵심기능이라 할 청산·결제가 경제규모의 논리에 의해 주도하게 돼 있어 이번 통합 결정으로 증권거래소 위주로 발전할 수밖에 없고, 자연히 코스닥은 증권거래소의 일개 사업부로 위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코스닥 매력이 떨어지면 안그래도 침체된 국내 IT 및 벤처기업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번 정부 결정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증권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다시 몇년전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그간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 정부정책이 좌충우돌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통합 안이 다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안이든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행과정에 부작용이 예상되고 문제점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냥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증권·선물 개편의 발단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후유증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번 개편 방안의 시행이 늦어지더라도 드러난 문제점은 개선돼야한다. 그것은 또 경제논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증권산업개편이 정치적 고려와 지역이기주의, 내몫챙기기에 휘말려 표류해서도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