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권 오크테크놀러지 CEO youngsohn@oaktech.com
지난 20년 동안 전세계 하이테크 산업은 빠른 속도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특히 최근에 이르러 이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얼마나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하느냐가 기업 성공의 관건이 되고 있다. 더욱이 다양한 인종, 문화 등 글로벌화돼 있는 하이테크 산업에서 기업이나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문 지식과 감각을 지닌 인적 자원을 확보,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다양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자원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
하이테크 산업에서 한국의 강력한 인프라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 기업들로부터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 1위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투자유치 기회는 한국 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텔을 비롯한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한국에 투자한다면 이것은 한국의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에도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서부경제인간담회에서 이와 관련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이 하이테크 산업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난 80년초 인텔 본사와 삼성반도체가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하는데 직접 관여했던 경험이 있는 필자는 정부의 이번 인텔 투자유치 활동이 개인적으로 무척 뜻깊다.
이러한 세계적인 IT업체의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한 가지 제언을 한다면, 하이테크 산업의 핵심은 ‘정보’이며, 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각적인 계획의 중요성이다.
하이테크 산업의 트렌드는 전문화된 글로벌 자원 활용이다. 기업은 글로벌 자원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지적재산권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인다. 최근 출시된 인텔의 ‘센트리노’를 예로 들면 칩 디자인과 개발은 이스라엘에서 이뤄졌고, 생산은 미국에서, 조립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한다.
이처럼 글로벌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기업 성공에 있어서 중요하다. 이러한 경로에 있어서 한국은 IT산업이 진보된 국가로서 세계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먼저 글로벌 기업과의 비즈니스 개발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한 예로 싱가포르의 경우, 기업의 산업 정책이 체계적으로 돼 있어서 미국에서 활동중인 싱가포르 기업인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현지 사정에 밝을 뿐 아니라 영어 커뮤니케이션에도 보다 익숙하고 또한 다양한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많은 기업인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만 보더라도 성공한 한국인들이 다수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그동안 한국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통해 정보교환을 해왔고, 개인적으로는 한국 벤처 회사 투자 및 미국 투자자 연결에도 힘써왔다. 또한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미국 제조업 협회(AAMA)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커뮤니티가 범아시아 그룹 내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성공적인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프로세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광범위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번 우리 정부의 해외 투자 유치도 마찬가지고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그렇다.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을 보면 한결같이 엔지니어링, 모험에 도전하는 벤처 정신, 전문경영 능력 그리고 정보 및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과 한국기업이 세계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 재외국 한국인 기업가들을 브리지(bridge)로 활용하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는 또 다음 세대의 성공을 위해 튼튼한 발판이 돼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필자를 포함한 이민 1세대 기업인들의 몫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