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단지를 중심으로 VDSL서비스시장에 잇따라 진출, KT·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케이블모뎀 기반 서비스로 xDSL 진영과 맞선 SO들이 이처럼 통신사업자들의 VDSL 마케팅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아치면서 통신·케이블TV업계의 초고속인터넷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아파트지역을 대상으로 한 가입자 유치 경쟁과 아울러 서비스 품질 향상 경쟁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현황=부천·김포지역 SO인 드림씨티방송(대표 주영민)은 최근 넷링스·텔슨정보통신 등 VDSL장비업체로부터 20Mbps급 장비를 구매해 상동지구 아파트를 대상으로 VDSL서비스를 실시중이다. 이 회사는 월 2만8000원의 요금을 책정, 현재까지 500∼600여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지역내 50%를 차지하는 아파트 가입자에겐 VDSL서비스를 주력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광명·안산지역 SO인 한빛아이앤비(대표 이필상)는 유니온 등 중소 장비업체로부터 장비를 구입해 지난해부터 VDSL 마케팅을 전개한 결과 현재까지 2000여 아파트 가입자를 확보했다.
CJ케이블넷(대표 김해동)도 최근 KT 등이 아파트지역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서 텔슨정보통신 등 다수 VDSL장비업체의 솔루션을 놓고 기술테스트를 추진중이다.
드림씨티방송의 김장집 기술팀장은 “아파트 지역에서 KT·하나로 등이 40Mbps 이상의 서비스를 선보인 상황에서 현 케이블모뎀으로는 속도경쟁에 한계가 있다”며 “단독주택은 몰라도 아파트에서는 VDSL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VDSL사업에 진출한 SO는 서울·경기 일부에 집중됐으나 앞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장비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실시중인 30∼40개 SO와 중계유선방송(RO)들이 VDSL장비를 도입했거나 검토중이다. 특히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SO들은 아파트지역의 VDSL 수요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SO는 아파트단지내 구내단자함(MDF)까지 직접 광케이블을 깔고 VDSL장비 및 모뎀을 구매, 여유 전화회선을 통해 가입자에게 VDSL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SO의 VDSL 진출 배경=일단 자체 케이블망을 통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에 주력해온 SO가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향후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최근 케이블모뎀 기반 인터넷서비스의 성능이 VDSL과 승부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
속도경쟁에 불을 붙인 대형사업자에게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맞불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객이 원할 경우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VDSL과 경쟁이 가능한 차세대 케이블모뎀 표준인 DOCSIS2.0 기반 장비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있다. 기존 DOCSIS1.0/1.1 기반 서비스 국내시장을 90% 가량 점유한 시스코가 DOCSIS2.0 기반 제품의 인증을 아직까지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왔다.
◇전망=초고속인터넷서비스로 두드러진 수익을 올린 사업자들은 장기적으로 인터넷서비스의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아래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한 VDSL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SO들이 기존 HFC망 기반 인터넷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하는 동시에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는 VDSL 외에도 다양한 접근방법을 시도중”이라며 “일반 주택과는 달리 대규모 주택단지에서는 케이블 구내배선 관리문제가 있고 아파트까지 깔려 있는 광케이블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 VDSL장비업체 관계자도 “채널 영업사를 통해 월 800∼900포트 정도의 VDSL장비를 SO에 공급하고 있다”며 “DOCSIS2.0 도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아파트단지용 서비스를 위한 SO들의 VDSL장비 도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이호준기자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