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의 데이터통신망 임대요금이 이 지역 비즈니스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지역 데이터통신망 임대요금이 미국과 유럽 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으며 이로 인해 아시아의 비즈니스 성장이 어려움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정부와 산업계의 주장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싱가포르·일본·홍콩·호주 등지의 데이터통신망 임대요금은 미 정부와 산업계의 기준보다 높은 편이며 이 가운데 싱가포르는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미 정부와 산업계는 광케이블과 직접 연결돼 기업 내 데이터 트래픽을 세계 각지로 전송하는 네트워크 임대비용이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아시아지역 주요 사업자인 싱가포르텔레콤(싱텔)·NTT·PCCW·텔스트라 등이 회선을 독점하다시피 한 라스트마일 네트워크 임대요금은 미국·독일·스웨덴에 비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미국 통신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회선임대를 통한 데이터 전송비용은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권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라스트마일 회선 임대비용은 최대 10만달러”라며 “홍콩과 싱가포르 사무실을 연결할 경우 라스트마일 회선 임대비용이 전체 회선 임대비용의 7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일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아시아에서 철수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과 유럽 통신사업자들은 아시아 통신업체들의 회선임대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볼 뿐 아니라 아시아 비즈니스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들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요금이 지속될 경우 싱가포르나 각국의 비즈니스 허브로의 부상이 무산되는 것은 물론 아시아지역 비즈니스 자체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 통신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경쟁통신연합(CTA)’ 캐럴 앤 비스코프 사무국장은 “아시아지역 통신망 임대요금은 터무니없이 높다”면서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업계에서는 회선 임대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등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측과는 지난 6일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각종 협의를 통해 시정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또 일본과 네트워크 서비스요금 및 임대회선에 대한 접속 등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이어 호주 정부와도 회담을 추진 중이다.
한편 미국과 유럽 통신사업자들은 아시아 주요 도시 사무실들을 연결하는 독자 망 구축 의사도 시사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는 “임대회선 사용은 당연한 것으로 (미·유럽 통신사업자들의) 독자적인 망 구축은 난센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기업들의 수요가 있다면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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