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그룹간 고래싸움에 냉가슴만 앓고 있는 KTF와 LG텔레콤.’
최근 유무선 통신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2.3㎓ 휴대인터넷이 무선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의 입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KT에 이어 LG그룹 통신계열사도 휴대인터넷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선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정작 두 그룹 소속의 무선 계열사가 소외되고 있다.
특히 KT와 데이콤 같은 그룹의 주력 유선사업자들이 휴대인터넷 ‘조기도입론’을 통해 차세대 무선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자칫하면 3세대(G) WCDMA 도입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그룹내에서도 자중지란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때 회사내에 휴대인터넷 사업조직을 신설한 KTF는 조직을 해체한 뒤 모회사인 KT의 눈치를 살피며 숨죽이고 있다. 마케팅본부와 기획조정실에서 휴대인터넷 사업을 검토중이지만 드러내놓고 자기 주장은 못하는 형편이다.
한 임원은 “사실 휴대인터넷은 3G보다 진화한 이동전화 서비스에 다름없지 않느냐”면서 “그러나 KT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한발 물러 나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KT 주도로 휴대인터넷 사업을 준비해온 것이 사실이나 향후 사업권을 따게 되면 우리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는 있다”고 덧붙였다.
KT가 내세우는 주파수 조기할당부터 유선사업자의 권리 주장에 무리가 있지만 그룹의 모회사가 총력을 집중하는 일이어서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실적악화와 계열사간 시너지 전략 수립에 고심중인 LG텔레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 임원은 “현재로선 미래 주력사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휴대인터넷이 등장하면 동기식 포스트 3G 서비스인 EVDV마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면서 “데이콤이나 하나로통신과 협력해 사업권을 딴다는 생각이지만 우리 입장을 밝힐 만한 처지는 아니다”고 전했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LG가 확실하게 경영권을 갖지 못한 데다 데이콤과의 역할분담조차 뚜렷한 조율작업을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최근 갑자기(?) 휴대인터넷 사업에 열의를 보이는 데이콤의 행보에 당혹해하면서 이래저래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그동안 무선과 유선 진영, KT 대 SK텔레콤의 대립구도로 전개되던 휴대인터넷 도입 논란속에 소위 마이너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KT나 LG도 휴대인터넷을 계기로 그룹 통신전략의 새판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