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가 지난달말까지 1000만명을 돌파한 광대역 인터넷 시장이 통신거함 NTT와 신흥 인터넷 회사인 소프트뱅크 간의 대결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만 해도 불과 100만명 정도였던 가입자 수는 2년도 안돼 10배로 급성장했다.
이 상황에서 다비드격인 소프트뱅크는 세계 통신업계에서 ‘골리앗’에 비견되는 NTT에 선공을 날렸다.
소프트뱅크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야후!BB’는 우선 월3000엔 이하의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모뎀도 2개월 동안 무료로 제공했다. 업계는 “마치 ‘닷컴 붐’ 시기를 연상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손정의 사장도 “지난해 말 200만명이었던 야후!BB의 가입자가 내년 상반기에는 4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적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잠자는 거인’ NTT를 깨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NTT는 곧바로 ‘잃어버린 시절’을 보상받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그동안 ADSL보다는 광케이블을 일반 가정으로까지 연결시키는 FTTH(Fiber To The Home) 망 구축에 주력해온 NTT는 소프트뱅크의 약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NTT는 광대역 접속용 모뎀의 무료사용기간을 3개월로 늘렸다.
게다가 일본 통신·인터넷 업계의 분위기가 후발주자인 NTT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듯한 분위기다.
닛코살로몬스미스바니의 애널리스트 이누이 마키오는 “광대역 인터넷 시장에서 소프트뱅크가 NTT에 위협은 될 것이지만 소프트뱅크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이유는 광대역 인터넷 비즈니스가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손 사장이 시가총액 7185억엔에 달하는 소프트뱅크의 지분을 매각해 현금 끌어들이기에 나섰지만 소프트뱅크의 현금유동성은 686억엔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반면 NTT는 풍부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2조4380억엔의 현금을 확보했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으로 서비스 비용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수익확보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일본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에 대해 “(NTT와의 경쟁은) 방탄조끼에 총쏘는 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소프트뱅크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관건은 소프트뱅크가 NTT의 광섬유 기반(FTTH) 인터넷전화(IP) 서비스 개시 전에 ADSL 분야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가 하는 데 달려 있다는 중론이다.
IP통신 서비스가 ADSL에 비해 높은 신뢰성을 받고 있지만 ADSL시장 입지가 굳어질 경우 소비자들의 기호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NTT가 IP통신 서비스 시기를 오는 2005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만큼 소프트뱅크로서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물론 NTT에 대한 규제를 풀자는 얘기가 나오는 일본내 상황을 보면 이 또한 소프트뱅크에 불리하게 작용할 듯 싶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