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코리아와 합친 한국HP의 출범이 22일로 첫돌을 맞는다.
통합된 한국HP는 지난해 매출 1조5000억여원에 1350여명의 인력을 가동하는 거대 IT기업으로 변신했다. 한국HP는 다국적 IT기업의 맏형격인 한국IBM보다 직원은 1000여명 적지만 매출은 3000억원 가량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다국적 컴퓨팅 기업의 지존에 우뚝 서게 됐다.
지난해 통합 초기에 강성욱 전 컴팩코리아 사장의 사임, 유원식 전 부사장의 한국썬으로의 이적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일 2003회계연도를 시작하면서 본격 가동된 한국HP는 ‘조직은 몇몇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최준근 한국HP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통합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지사로 평가받고 있다”며 “본사가 ‘플러스 HP’라는 기업 이미지 광고를 전세계적으로 5개국에서만 시행했는데 한국이 그 중 하나에 속했다는 것은 한국지사가 그만큼 조직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주년을 맞아 일단 통합에는 성공했지만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헤서는 2차연도인 올해 할 일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합병 대고객 만족도는 다소 떨어져=한국HP는 내부적으로 매월 서비스그룹 차원에서 조사해오던 대고객 만족도 조사(TCE)를 합병 이후 전사적으로 확대해 실시해 왔다. 합병 1주년을 앞두고 가장 최근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부서별·제품별 만족도나 경쟁사 대비 서비스 등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전반적인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합병 이전 점수보다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종훈 부사장(한국HP 서비스그룹장)은 이에 대해 “정확한 원인분석에 아직 돌입하지 않았지만 합병과정에서 나타났던 일부 제품 로드맵에 대한 오해, 양사 중복 제품의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대고객 업무미숙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원인분석을 통해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프라 정비, 11월 이전 완료된다=통합 한국HP는 출범 당시 100개의 실행과제를 선정했다. 현재 한국HP는 콜센터 통합부터 리페어센터·리모트오피스·웨어하우스 등 과거 양사의 인프라를 단일한 조직으로 꾸리는 등 100개 과제를 대부분 끝냈다.
아이템(품목)별로 다른 프로세스를 통해 처리되고 있는 주문시스템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지만 이 시스템도 오는 8월께 단일한 프로세스를 통해 주문·구매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된다. 한국HP는 대고객 서비스를 맡는 양사의 창구가 단일화되는 등 인프라 정비가 11월 이전에 모두 끝나는 만큼 고객만족도가 곧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과 유통채널 여전히 견고=비록 과거 한국HP나 컴팩코리아를 진두지휘했던 임원과 매니저급 직원 중에서 상당수가 회사를 이탈한 것이 사실이지만 핵심 고객에 대한 친밀도는 절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HP는 e코리아 이름으로 관계를 맺고 있던 1000여개에 달하는 파트너사들을 200여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채널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영업채널 역시 견고하다는 평가다.
옛 한국HP보다 강점을 발휘했던 옛 컴팩코리아의 간접판매 인프라에 대한 정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하석구 마케팅 담당이사는 “홀세일즈나 코퍼레이트세일즈 등 채널구조에 대해 현재 골격을 유지하면서 채널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각 채널에 돌아가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소수정예부대’로 채널정책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특히 수시 평가를 통해 채널 자격 부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HP’ 브랜드 각인=최근 한국HP는 엔터프라이즈 기업으로 HP 브랜드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본사 지원 아래 지난 4월부터 ‘고객이 HP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경우 모든 게 가능해진다’는 의미의 ‘(기업)+hp=everything is possible’이라는 광고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여온 한국HP는 최근 삼성전자·현대해상화재보험·한국증권전산 등 국내기업도 포함시키면서 국내시장 파고들기에 본격 나섰다.
특히 한국HP는 6월 중순부터 플러스 HP 광고에 이어 ‘엔터프라이즈 HP’라는 컨셉트의 제품별 HP 브랜드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프로모션은 전세계 10개 지사에서 동시에 펼쳐진다. 엔터프라이즈 영역의 각 제품이 차세대 컴퓨팅 비전인 어댑티브 엔터프라이즈(AE) 전략 차원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또 지난해 합병으로 인해 개최하지 않은 ‘HP월드 2003’을 오는 6월 10∼11일 이틀간 대규모로 개최한다. 한국HP는 합병 1년 만에 처음 개최하는 행사인 만큼 통합 HP의 단일한 이미지와 AE 전략을 토대로 한 장기 비전을 소개할 예정이다. ‘HP 박물관’이라는 대형 부스를 설치, HP가 출발한 1930년대부터 주요 IT의 변천사와 그 과정에서 HP의 기술진보와 공헌을 적극 소개할 계획이다.
또 한국HP의 기업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IT업체 외에도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 참관단도 별도로 모집하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 총력전을 기울일 계획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통합 1년, 조직은 분산에서 통합으로
합병 1년을 지나면서 한국HP의 향후 조직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도 관심거리다. 한국HP의 조직은 엔터프라이즈시스템그룹(ESG)을 비롯해 PSG·IPG·HPS 등 4개 그룹으로 형성된 큰 틀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4개 영역을 뚜렷이 구분짓던 출범 초기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우선 최근 본사가 밝힌 대로 ESG 산하에서 유닉스서버 및 IA서버, 스토리지, 탠덤 등으로 구분돼 있던 하드웨어그룹이 한 개 조직으로 통합, 관리되는 형태로 변화된다. 통합된 조직은 기존 ESG 산하에서 유닉스 마케팅을 지원하는 비즈니스크리티컬서비스(BCS)를 비롯해 인텔스탠더드서버(ISS)·네트워크스토리지솔루션(NSS)·탠덤(NED) 등 4개 프로덕트비즈니스유닛(PBU)을 통합한 것으로 엔터프라이즈스토리지앤드서버(ESS)로 명명된다.
두번째로 그간 ESG 산하에서 기술지원과 함께 프리세일즈 형태로 진행돼온 리눅스 사업은 CSPS(이화숙 이사)라는 조직으로 변경, 서비스그룹 산하 컨설팅(C&I) 소속으로 옮겨간다. 또 역시 ESG에서 운영되던 솔루션세일즈팀도 이미 서비스그룹의 C&I와 커스터머서비스(CS) 두 팀으로 옮겨졌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하석구 이사는 “합병 초기에는 사업영역별 경쟁력 분석과 인력가동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해 엄격한 구분을 지었지만 합병 2차연도는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비용절감과 업무영역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통합’으로 조직이 일정 변화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변화를 근거로 ESG와 HPS 조직이 합쳐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당장은 급박한 조직변화보다 ‘업무공조 수준’에 따라 팀 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즉 서버·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분야 내에서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업무공조가 이뤄지고 하드웨어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조직이 변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한국HP의 이같은 조직변화는 오는 11월 2004회계연도 시작을 전후로 보다 가시화될 전망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4개 사업부문별 실적평가
◇중대형컴 최강자 자리 굳혀=최근 한국HP가 자체 집계한 올 1분기(1∼3월) 유닉스서버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한국HP는 7203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국내 전체 시장의 36.1%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동분기 한국HP와 컴팩코리아의 양사 매출을 단순 합한 수치인 6607만달러보다 10% 가량 성장한 수치로 두 시기 1분기 전체 시장규모가 비슷하다(올 1분기 1억9964만달러, 2002년 1분기 1억9402만달러)는 점을 고려할 때 시너지 효과를 올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한국IBM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같은 시기 매출이 5200만∼5500만달러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 한국HP보다 2000만 달러 정도로 뒤지고 있고, 한국HP가 합병 이후인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한국HP가 차지하고 있는 최강자 자리는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IA서버 역시 지난 4분기에 이어 연속 4600여대를 넘으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혔다. 이에 비해 스토리지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심혈을 기울인 것에 비해 실적이 호전되지 않았다. 하드웨어제품 그룹이 하나로 통합된 2004회계연도부터의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서비스 매출 3% 성장 기대=한국HP는 프로젝트 수주 기준 상반기(지난해 11월∼올 4월) 서비스 조직의 매출이 약 1억500만달러 정도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한국HP는 서비스부문에서 하반기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2002년 한해 서비스 조직의 매출이 2억1000만달러 수준이었다는 점과 비교할 때 3%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주문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9% 정도의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조직은 안정적인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CS부문에서 ‘비즈니스디벨로프먼트(BD)’팀을 전략적으로 가동, 기존 고객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새로운 신규 비즈니스를 통한 매출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 전담 조직이나 애플리케이션매니지먼트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 특히 ESG에서 총괄하던 솔루션 비즈니스를 서비스와 연계하는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쟁사인 한국IBM이 PwC컨설팅코리아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넓혀나가는 것과 비교하자면 한국HP 서비스 조직의 방향이나 사업성장 속도는 아직도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거리다.
◇PSG·IPG, 확실한 성과 보여=PC부문에서 HP와 컴팩은 합병전과 비교해 다른 나라의 경우 대체로 점유율이 낮아진 데 비해 국내 시장만큼은 확실한 시너지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올 1분기에 PC부문(데스크톱, 노트북)의 시장점유율은 3위로 올라섰다. 작년 동기 합병시점과 비교할 때 각각 20%, 45%나 성장했다. 실제로 PSG는 합병 후 4개 그룹 중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노트북 분야에서 HP는 외국기업 최초로 시장점유율 15%를 넘어섰으며 노트북은 합병전 시장점유율 12%에서 금년 1분기는 약 16%(IDC 자료 근거)로 성장했다. 소비자용 데스크톱PC도 합병 당시 시장점유율 4%에서 금년 1분기 10%로 껑충 뛰어올라 3위를 차지했다.
한국HP는 대표 브랜드인 ‘파빌리온’과 ‘프리자리오’를 내세워 PC시장에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HP 프린터, 복합기 등과 패키지화해 홈쇼핑을 통해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프린터사업 역시 PC시장의 점유율 상승세를 타고 확고한 선두자리를 구축한 상황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