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부문의 구조조정

◆이인찬 KISDI 정보통신산업연구실장 iclee@kisdi.re.kr

 벤처기업, 벤처캐피털, 코스닥시장을 망라하는 벤처부문이 현재 직면한 화두는 단연 ‘구조조정’이다.

 무엇보다 벤처부문의 중심에 있는 벤처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경제위기의 극복과 산업구조 재편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정부의 관심속에 양산되고 육성되어온 벤처들은 이제 투자열기의 냉각과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 등을 맞아 부실을 정리하고 경쟁력을 높여 재도약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특히 지금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적기인 것은 거품 붕괴를 경험한 시장이 더 이상 무리한 기대를 갖지 않으며, 기업 내부적으로 필요한 구조조정도 어느 정도 이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벤처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벤처 신규투자의 주체인 벤처캐피털시장은 자금조달과 투자 면에서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의 자금조달 지원에 힘입어 투자재원 확보는 수요에 비해 충분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되나 벤처캐피털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수십개의 창업투자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벤처캐피털산업도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것이다. 벤처붐과 함께 팽창했던 벤처캐피털산업 또한 진정한 경쟁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벤처의 최종 목표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코스닥시장의 침체도 계속되고 있다. 비록 나스닥시장에 이어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신자본시장의 위치를 여전히 누리고 있으나, 계속되는 시장불안은 시장의 존폐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투자자의 신뢰 회복과 시장의 수급구조 안정이 시급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이같이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벤처부문에 대해 정부의 정책은 어떤 접근을 취해야 할 것인가. 벤처부문의 구조조정은 짧은 기간에 많은 자금이 많은 기업들에 투자된 후유증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소 벤처업체들이 몰락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은 업체들의 내부적 구조조정과 시장에 의한 선별과정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벤처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은 과거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향상과 효율성 추구로 옮겨가야 할 것이며, 효율적 시장환경을 정비하여 진정한 벤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현재 벤처를 둘러싼 시장은 신규투자시장과 회수시장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구조조정시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형편이다. 이에 정부의 정책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코스닥시장에 대해서는 안정과 건전화를, 양적 성장을 이미 이룬 벤처캐피털시장에 대해서는 효율화와 선진화를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며, 미비한 구조조정시장에 대해서는 시장의 조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시장은 사실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로 발생한 기업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도입되었으나 그간의 성과를 볼 때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벤처부문을 외면해온 것도 사실이다.

 구조조정시장은 기존의 초기투자시장(벤처캐피털)과 공개시장(코스닥)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직 취약한 미공개기업 거래시장(private equity market)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

 벤처기업 구조조정 시장의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우선 근거법, 활동범위, 관련 정부부처 등에서 세세하게 분화(segmented)되어 있는 현 프라이빗 에쿼티 시장의 장벽들을 허무는 일이다.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들이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의 강조점을 변동시키며 성장단계별로 벤처들에 필요한 지원과 통제를 가할 수 있는 환경이 통합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또한 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는 기존 투자조합 투자분에 대한 유동화 펀드의 결성, 벤처 구조조정 전문펀드의 결성, 벤처캐피털 규제완화 및 투자조합 유연화 등의 정책방안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