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달구어 찍는 쇠 도장인 낙인은 흔히 소와 같은 가축에 적용되지만 불명예스러운 평가나 판정으로 사람에게 가할 때도 많다. 흔히 살인이나 간통 등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얼굴 등에 낙인을 찍었다. 호돈의 유명한 소설 주홍글씨도 간통한 여자가 한 평생 가슴에 A(adultry)자를 달고 살라는 형을 받은 것도 그 예다.
낙인을 사회문제로 본 것은 에드윈 레머트가 효시로 51년 ‘사회병리학’이라는 책을 통해 이론으로 체계화했다. 그에 따르면 낙인을 찍는 사람들은 그것으로서 그들의 입장이나 가치를 나타내며, 특히 어떤 이익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낙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에 대한 낙인조차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에서 자기를 동성연애자라고 스스로 낙인을 찍으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돌고 있는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이나 56세에 회사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오륙도’도 일종의 낙인이다. 그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말이 나돌면 자연스럽게 그 대상자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규모가 좀 있는 회사에서 그런 연령층의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사람들이 재미삼아서 오륙도라는 말을 한다하더라도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도둑으로 몰아붙여지고 있으니 직장에서 일할 맛을 잃게 될 것이다. 설령 퇴직을 하더라도 사오정처럼 앞뒤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도둑으로 몰려 거리로 내쫓기는 꼴이 된다.
사오정이나 오륙도의 대상은 그들이 저지른 잘못의 결과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는 어찌해 볼 수도 없는 연령이라는 점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는 듯하다. 그러나 낙인에서 벗어나는 길은 다른 사람이 낙인 찍는 것을 중지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사회가 요구하는 더욱 능력있는 사람이 되거나 또 회사의 것을 축내는 것보다 보탬을 더 많이 주게 되면 사오정이나 오륙도는 스스로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