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157㎚ 리소그래피 장비를 건너뛰고 다음 단계인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장비로 직행할 계획을 밝히자 지금까지 인텔의 로드맵에 따라 생산을 준비하던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EE타임스에 따르면 몇몇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인텔은 지금까지 장비업체들이 157㎚ 장비에 투자하도록 압력을 가해 왔다”며 “그러다 EUV 장비 개발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자신만 쏙 빠져버린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껏 157㎚ 장비에 투자해온) 많은 CEO들이 인텔의 결정으로 157㎚ 시대가 끝장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EE타임스는 덧붙였다.
인텔에 리소그래피를 제공하는 2대 업체 중 하나인 ASML은 인텔의 결정에 상관없이 157㎚급 장비 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EUV 장비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ASML측은 “(인텔이 아닌 다른 고객들도 있으며) 고객들이 원하면 자사는 157㎚ 장비를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내년 중 157㎚급 장비를 내놓을 계획이다.
캐논의 레이 모건 전략마케팅 매니저는 “인텔이 내린 결정에 대해 별 다른 할 말이 없다”며 “캐논은 기존의 157㎚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것”이라고 SB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캐논은 내년 1분기에 예정대로 157㎚ 장비를 출시할 방침이다.
반면 인텔의 또 다른 2대 리소그래피 제공업체인 일본 니콘은 “인텔의 결정에 맞춰 자사도 이에 따를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157㎚ 장비 개발 계획을 전면 취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니콘은 올해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애널리스트와 다른 반도체업체들도 인텔의 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니콜라스 가우도이스 장비부문 디렉터는 “45㎚ 공정은 오는 2007년 인텔의 주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 시점에) 45㎚ 공정을 적용한 193㎚ 장비가 제대로 가동될지, 아니면 EUV 장비가 실용화될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9년에 30㎚ 공정을 채택한 EUV가 실현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밝혔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의 엘런 바우링 연구원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45㎚ 공정을 193㎚급 장비에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면서도 “하지만 상당한 리스크도 함께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EUV 장비는 2011년, 어쩌면 더 늦게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인텔의 리소그래피 장비부문 피터 실버맨 디렉터는 최근 “인텔은 193㎚급 장비에 45㎚ 공정을 적용하고, 32㎚ 공정에서는 EUV 리소그래피 기술 채택이 유력하다”고 말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193㎚급 장비에서 90㎚, 65㎚, 45㎚ 공정을 적용시키고 차세대 장비로 EUV를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