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료계의 소모전

◆정보사회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처방전을 1장 발행하느냐, 아니면 2장 발행하느냐가 무슨 논란거리가 됩니까?”

 종이 처방전 발행 매수를 놓고 일선 의료계가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최근 한 의약단체장 취임식에 참석한 김화중 복지부 장관이 이 문제가 논란거리도 아니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처방전 발행 매수 논란은 의사가 진료를 실시한 뒤 환자에게 몇장의 종이 처방전을 발행할 것인가라는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의협·병협·치협 등 의료계는 똑같은 내용의 처방전을 번거롭게 두장씩이나 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인 데 반해 약사회나 시민단체 측은 국민의 알 권리 확보 차원에서 처방전 두장 발행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가 최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의사는 처방전 2부를 발행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조제내역을 기록해 1부를 환자에게 교부하도록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힘으로써 지난 2년간의 처방전 발행 매수 논란도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약계가 이번에는 처방전 2매 발행과 조제내역 작성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의 형평성을 놓고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처방전 발행 논란은 또 다시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작 이해 당사자인 국민들은 왜 종이 한장 때문에 서로 핏대를 세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의사와 약사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처방전 발행 매수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국민들은 일선 의료계가 전정으로 환자의 알 권리와 편익을 위해 처방전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일선 의료계가 환자의 편익과 알 권리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면 왜 발행 매수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처방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자처방전’의 도입은 꺼리는 지 궁금해진다.

 “지금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종이 처방전을 몇장 발행하느냐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일선 의료계와 정부에게 정말 묻고 싶은 사람은 바로 국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