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능인 재정·인사·교육·지방행정 관련 업무 정보화로 투명하고 생산성 높은 정부를 만들어 국민에게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자정부 구현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심각한 부처이기주의로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반쪽 운영에 머물러 있는 전자정부 핵심 프로젝트의 하나인 민원처리시스템이 비즈니스모델(BM)과 실용신안 특허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전자정부 구현은 세계적인 대세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프로젝트다. 자칫 이 경쟁에서 뒤질 경우 선진대열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염원인 선진국 진입도 물건너 간다니 걱정이 크다.
한 마디로 국가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중요한 프로젝트가 이미 등록되거나 출원된 BM 및 실용신안 특허로 인해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G4C(Government for Citizen)사업이 지난해 11월 완료됨에 따라 전체 민원발생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주민·부동산·자동차·기업·세금 등 400여종의 민원서류가 인터넷으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정이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전자정부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시스템 안정화에 치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부대업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한 민원처리방법(출원번호 10-2000-0009036)’에 대한 특허 등록이 완료되고 ‘인터넷을 통한 민원신고 및 보증처리 서비스방법(출원번호10-2001-0007477)’ 등 인터넷 민원처리 관련 실용신안 및 특허 출원이 봇물을 이룬 것은 G4C사업이 마무리된 지난해 11월 이후다. 따라서 정부가 이 문제를 조금만 빨리 대처했더라도 BM특허와 실용신안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어찌됐던 오는 2004년까지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18종의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발급하게 될 G4C서비스와 기업의 복합민원을 처리하게 될 G4B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특허권 침해 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미 특허 신청에 나선 기술들이 민원서류의 신청·발급·배송은 물론 해당 증명서류 발급기관을 통해 원본을 대조할 수 있는 정도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인터넷 민원처리 과정에 대해 직접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특허가 등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특허청장 행정처분이나 심판에 의한 강제실시권 규정이 있기 때문에 특허권자라 해도 정부 공익사업을 대상으로 특허권을 주장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특허 신청자들이 G4C 등 정부가 직접 관장하는 대국민서비스보다는 사이버 자동차매매 등 인터넷 민원증명서 발급을 필요로 하는 G4B관련 사업을 타깃으로 삼아 특허권을 주장할 경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구현에 장애물로 작용하게 될 비즈니스 모델 및 실용신안 관련 특허문제 처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전담팀을 구성, 걸림돌 제거작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