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국 한국커머스넷 전무 henry@cnk.or.kr
최근 2∼3년 동안 기업의 회계비리와 파산사태로 비즈니스 신뢰지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e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유보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비용절감과 단기 핵심 프로젝트 투자수익률(ROI)이 크고 확실한 사업들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시장예측보고서는 2003년 하반기로 진입하면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절감 재료들이 소진되면서 IT프로젝트들에 대한 투자 재개가 예상되고 e비즈니스가 환경변화와 수익모델을 쫓아 진화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먼저 전통기업들이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e비즈니스화를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특히 거대한 조직 때문에 느린 속도로 적응한 기업들이 기업인수 등을 통해 관련 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획득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의 현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인터넷을 위시한 정보기술혁명의 성과는 생산성증가단위로 측정할 때 산업혁명 이후 몇백년간 이뤄진 성과 만큼의 깊이가 있다. 특히 e비즈니스는 아이디어 구상과 전달에 드는 상당한 비용을 줄임으로서 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 증가의 촉매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들은 인터넷으로 항공기 엔진 판매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고객들에게 보다 정교한 AS를 제공하는데, 화물운송회사들은 온라인 화물추적기능을 통해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복합사업형태를 강력히 지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텔레매틱스산업으로 자동차에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업무와 생활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회사는 기능향상을 통해 새로운 고객과 수요를 창출하고 정보통신기기업체들은 새로운 형태의 단말기 판매로, 이동통신회사들은 서비스센터 운용으로 신규수익을 창출하며, 보험·유통회사들도 이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지원하는 복합형 사업형태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진화와 발전단계는 기업들이 웹을 통해 정보를 구축하고 전달하는 첫번째 단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네번째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심각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세번째 단계로 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보안과 비용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두번째 단계 사이에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시장이 기술을 지배하는 현상들을 여러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30∼40대 연령층도 각각 70%, 40%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을 사용한 20대층이 향후 3∼4년 안에 기업이나 가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구매력을 갖는 30∼40대 핵심계층이 되기 때문에 기업경영이나 가정생활에서 기업경쟁력과 함께 생활의 풍요로움을 갖기 위해 인터넷 활용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지만 기존 기업들도 웹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 고객충성도 개발, 정보제공과 아울러 다른 영역에 대한 비즈니스 참여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공공·학교·병원·금융 등 모든 서비스에 있어서 많은 성장이 기대된다.
이러한 성장의 기대속에서도 2003년을 기점으로 IT기업의 통합과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자본력이 우수한 대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할 것이며 중간규모의 기업 등은 합병하거나 많은 장벽에 부딪쳐서 시장이 양극화돼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대기업형 IT기업들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벤처 형태의 전문기업들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더욱 전문화된 기업의 탄생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이 사용자와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돼왔듯이 현재 우리나라 e비즈니스 관련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진화하고 변신하는 노력일 것이다. 특별하고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모델도 필요하지만 현재의 기술과 수익모델을 관련기업과의 네트워크와 치밀한 사업전략을 통해 발전시키고 접목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둘째, 강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형성이다. 과거에는 시장선점에 따른 효과를 위해 단독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업모델을 개발했으나 e비즈니스모델에서는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이 더욱 활발하게 요구되기 때문에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e비즈니스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될 것이며 이에 적응하여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형태를 항상 주시하고 언제든지 이에 참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평소에 구축하여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