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논의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소외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통신서비스 정책 방향인 ‘비대칭 규제를 통한 유효경쟁 체제 구축’에 따른 것으로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으나 현실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지배적 사업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문제해결이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7일 업계와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통부가 후발사업자들의 경영난으로 촉발된 구조조정 문제를 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면서 KT와 SK텔레콤을 배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후발사업자의 구조조정과 관련,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가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시장논리에만 맡길 수는 없는 법”이라며 “지배적 사업자의 자금력이나 시너지 효과, 시장논리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사업자를 거론하지 않았으나 발언과 정황을 놓고 보면 KT의 두루넷 인수 검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으로 풀이됐다.
또한 하나로통신의 처리에 대해서도 정통부는 지배적 사업자의 배제 방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26일 밝힌 하나로통신 및 데이콤 주식 연내 매각 방침도 LG를 하나로통신의 주인으로 만들려는 정통부의 구도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쳐 왔으나 유무선 통합 차원에서 하나로통신의 인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정통부의 이같은 방침에는 LG를 축으로 통신 3강 체제를 구축해야 유효경쟁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인식과 아울러 KT와 SK텔레콤이 구조조정의 주체가 됐을 경우 불거질 독과점이나 특혜 논란 우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통부의 시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부실 회사를 조속히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와 같은 전례와도 상충된다는 비판이 지배적 사업자는 물론 해당 후발사업자에서 제기됐다.
특히 정부가 구조조정의 주체로 여기는 LG로 부실이 많은 후발사업자를 넘길 경우 반도체의 통폐합에서 보듯 통신사업 전반이 동반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아 선발사업자를 배제한 구조조정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