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피카드 에델만코리아 사장 robert.pickard@edelman.com
한국의 PR시장은 18개월마다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수가 2배로 집적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정보기술(IT) 확산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에델만 역시 최근 8개월 동안 전기대비 2배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연말까지는 세배로 성장할 계획이다. 우리의 경쟁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성장률은 지금까지는 IT업계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었으나 이제 한국 PR산업에도 적용된다. 이는 테크놀로지와 함께 한국의 매우 독특한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PR인력들은 정보를 찾아내고, 정리하고, 분석하고, 포장해 언론과 대중에게 전달하는 ‘정보 종사자’들이다. 따라서 IT를 PR에 적용하면 성장률과 생산성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현재 PR전문인력들은 효과적인 언론관계를 통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각종 IT를 접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고객 및 기자 관리를 위한 맞춤형 PR 소프트웨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이미지 레이아웃을 상호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시스템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과 같은 멀티미디어 PR 데이터 관리시스템 △고객으로 하여금 시장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미디어 데이터베이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오늘날 PR 병기고 안에 있는 수많은 IT무기 중 일부일 뿐이다. 한국은 대규모 대역폭을 갖추고 도처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텔레포니에 힘입어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술시장이 됐다. 또한 IT와 PR가 결합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PR시장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PR산업이 성장하는 또 다른 한국적인 요소가 있다. 많은 수의 외국기업인들은 한국은 어떤 결정이 한번 내려지면 그에 따른 변화가 세계 어느 곳보다 빨리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PR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에서 PR이 필요하다고 결정이 내려지면 일사분란하게 행동으로 옮긴다. 이는 다시 경쟁사를 자극해 경쟁사로 하여금 그에 대응하는 PR활동을 신속히 행동으로 옮기게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훌륭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삼성의 경우를 잘 알고 있다. 최고를 향한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에 이어 휴대폰을 세계적인 제품으로 끌어올렸고 체계화된 PR활동을 통해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의 인지도와 위상을 높였다. 현대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들은 질적인 면에서도 매우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PR활동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사람들은 한국을 최고의 휴대폰과 자동차,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와 대중음악(K팝)을 통해 멋지고(cool) 세련된(trendy)한 나라로 보고 있다. 한국이 PR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PR는 기본적으로 관계 비즈니스(relationships business)다. 서구보다 한국의 PR시장이 더 잠재력이 높은 것은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주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관리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한국의 기업을 이끌어가는 임원진들은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 이미지 관리, 이슈 및 위기 관리용 커뮤니케이션 등 질높은 ‘똑똑한(smart) PR’를 원하고 있다.
홍보란 한국에서 여전히 상대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군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성장세는 미국 PR시장이 보였던 것과 비슷한 형태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제 한국의 PR은 단순히 이벤트나 언론에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다. 고도의 IT발전과 시장의 확산은 한국에서 일하는 PR인력들에게 흥미진진한 미래를 가져다주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전문가로 만들어줄 것이다.